[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007작전 같았어요."
K리그1 성남FC가 '제주도 탈출기' 드라마를 썼다. 천우신조와 구단의 현명한 대비책이 어우러진 드라마였다. 21일 제주도 원정으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치르고나서다.
성남은 이날 오후 5시 제주와 경기를 치러 0대3으로 패했다. 패배의 아쉬움을 곱씹을 겨를도 없었다. '007작전'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는 북상하는 태풍 '타파'로 인해 비상 상황이었다. 오후 9시 이후 제주공항의 항공편이 모두 중단될 것이라는 예고 기사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귀포에서 제주공항까지 궂은 날씨까지 감안하면 이동에 50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성남 선수들은 간단한 샤워만 마치고 수송버스에 올라탔다. 보통 때 같으면 식사를 하고 이동해야 하지만 구단이 미리 준비한 피자로 버스 안에서 식사를 대체하기로 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대로 '혼란' 그 자체였다. 제주발 항공편이 무더기 취소·지연되면서 제주를 탈출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여행객으로 북새통이었다.
하지만 성남 선수들은 예정 시간 9시5분 출발 대한항공편에 무사히 탑승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무더기 결항 뉴스를 접하며 가슴을 졸였지만 유독 성남 선수단이 예약한 항공편은 별 문제가 없었다.
성남 이재하 대표는 "다른 대형 항공사 여객기도 수십분 지연되는 등 여기저기서 혼란스러운데 우리 선수들은 큰 어려움없이 빠져나왔으니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으로서는 큰 손실도 피한 셈이다. 21일 항공편을 타지 못했다면 22일 오전부터 제주공항이 전면 결항됐으니 이틀 더 제주도에 발이 묶일 뻔했다. 선수단 숙식에 드는 추가 경비도 그렇지만 태풍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하면 컨디션 관리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운'이 좋았지만 구단의 '선견지명' 대비책도 숨은 공신이다. 구단은 이번 제주 원정을 준비하면서 이왕이면 항공기 규모가 큰 항공사를 예약하도록 했다. 타 항공사에 비해 요금이 비싸지만 태풍 예보가 있는 만큼 아무래도 덩치가 큰 항공기가 다수의 선수단이 이용하는데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결국 적중했다.
선수단이 제주 원정때 묵었던 제주 KAL호텔 측에도 요청해 호텔 수송버스도 선수단 전용버스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버스를 미리 대기해놨다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편안하게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재하 대표는 "만약 오후 7시 경기였다면 무조건 1박을 더하고 가야하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위가 물러나면서 오후 5시로 경기시간이 잡힌 것도 어찌보면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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