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이 터졌을 때,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는 표정이 말해줬다.
이강인(19·발렌시아)은 26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인 캄프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19~2020시즌 라리가 6라운드에 선발출전해 2-1로 앞서던 전반 39분 데뷔골을 터뜨린 뒤, 전력을 다해 어시스트를 한 공격수 호드리고에게 달려가 꼭 안겼다.
순식간에 동료들이 이강인 근처에 모였다. 활짝 웃으며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던 이강인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여러 차례 포효했다. 그간의 울분을 토하듯,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발렌시아 유스 출신으로 지난 1월 발렌시아와 프로 계약을 한 이강인에게 이날은 8개월여만에 치른 선발 데뷔전이었다. 지난 11일부로 경질된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았다. 마르셀리노 체제에선 90분 내내 벤치에 앉거나, 후반 짧은시간 출전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으로 교체된 뒤 출전시간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라리가 4라운드 바르셀로나전에서 23분, 5라운드 레가네스전에서 31분을 뛰었다. 6라운드 헤타페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아 곤살로 게데스와 교체될 때까지 73분을 뛰었다. 바르셀로나와 레가네스전 사이에 열린 첼시전을 통해 유럽챔피언스리그 데뷔전도 가졌다.
셀라데스는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유소년 활용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감독답게 팀내 최고의 기대주로 평가받는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나흘 간격의 빡빡한 일정에 따라 이강인에게 기회를 준 것일 수 있지만, 라리가 홈경기에 투입한다는 건 그만큼 신뢰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이강인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강인은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대로 높은 경기 몰입도를 자랑했다. 무언가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머리를 감싸쥐었고, 양팀 선수끼리 감정 충돌을 하는 상황에선 유창한 스페인어로 중재를 맡았다. 그때마다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었다.
볼 키핑과 공간 패스 등 몇몇 장면에선 18세답지 않은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골도 주로 쓰는 왼발이 아닌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작성했다. 현지 중계진은 "이 어린 선수는 특별하다"며 놀라워했다. 일부 외신은 "아름다운 왼발 터치를 지켜보는 건 크나큰 즐거움"이라고 호평했다.
이강인은 팀 득점 상황에선 18세 선수로 돌아가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데뷔골을 작성한 뒤 자기진영으로 돌아가던 중 관중석 한 지점을 검지로 가리켰다. 가족이 모인 곳으로 추정된다.
이강인은 경기 후 구단 인터뷰에서 "한 골을 넣어 기분이 좋지만, 승점 3점을 얻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는 승점 3점을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젓한 소감을 말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이강인이 발렌시아 역대 최연소 외국인 선수 득점(18세218일), 발렌시아 소속으로 라리가에서 득점한 첫 번째 아시아 선수란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선수가 라리가에서 득점한 건 박주영(셀타 비고)에 이어 이강인이 두 번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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