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불펜에서 몸을 풀던 등번호 50번 투수. 마지막 빠른 볼을 불펜 포수의 미트에 함차게 꽃아넣은 뒤 불펜 문을 열고 나섰다. 불펜을 주시하던 1루측 KT위즈 팬들은 '강백호'를 환호했다.
KT위즈의 슈퍼 히어로 강백호가 드디어 마운드에 섰다. 강백호는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최종전에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14구를 던지며 무안타 1볼넷 무실점이 깜짝 호투를 펼쳤다. 5-0으로 크게 앞서던 상황이라 홀드는 기록되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149㎞. 14구 모두 패스트볼만 던졌다. 스트라이크는 9개, 볼은 5개였다.
강백호는 5회를 마친 뒤 클리닝 타임 때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6회말 3번째 타석을 소화한 뒤 다시 불펜 피칭을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강백호는 첫 타자 최영진에게 직선타를 허용했지만 유격수 심우준이 점프 캐치했다. 김도환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 박해민을 뜬공, 김성훈을 땅볼로 잡아내고 임무를 마쳤다. 12개를 던진 2사 1루에서 투수코치가 점검 차 방문했지만 강백호는 이닝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교체 없이 피칭을 이어갔다.
경기전 "140㎞나 나올지 모르겠다"며 엄살을 떨었던 그의 깜짝 호투. 성공적인 데뷔 첫 등판이었다. 삼성 주축 타자들은 직구만 던질걸 뻔히 알면서도 강백호의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28일 NC전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에 강백호를 투수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강백호 본인의 동의도 미리 구했다. 이 감독은 "어떤 상황이든 상관 없다. 기왕이면 홀드를 하면 좋겠다"며 웃었다.
상대팀인 삼성 김한수 감독도 이해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홈 마지막 경기인데다 저쪽도 순위가 다 결정난 상황이 아니냐"며 강백호의 이벤트 투수 출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래저래 흥미로웠던 강백호의 투수 출전. 결과를 떠나 야구가 끝나는 '가장 슬픈 날', 아쉬운 홈 팬들을 웃게 해준 즐거운 이벤트가 됐다.
수원=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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