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를 비롯해 시대를 풍미했던 '벌떼 마운드'의 2019버전이 주가를 드높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불펜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키움은 10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치열한 불펜 싸움 끝에 10대5로 역전승했다. 이날 키움이 동원한 투수는 모두 10명. 이는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한 팀 최다 기록이다. 애시당초 이날 경기는 양팀 선발투수들의 면모를 감안했을 때 불펜 게임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LG 임찬규와 키움 최원태 모두 1이닝만을 소화하고 교체됐다.
키움은 두 번째 투수로 좌완 김성민을 불러올렸다. 2-1로 앞선 2회말 선발 최원태가 선두 카를로스 페게로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3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자 김성민이 등판했다. 하지만 김성민은 이천웅에게 적시타, 오지환에게 희생플라이로 맞고 추가 2실점해 2-4로 전세가 뒤집어졌다.
초반 구원 싸움은 키움이 밀리는 양상이었다. 2회 1사 2,3루서 등판한 안우진이 3회를 무실점으로 넘기고 4회 안타 2개로 한 점을 허용해 스코어는 3-5로 여전히 키움이 뒤진 상황. 돌파구가 마련된 건 5회말 윤영삼이 선두 채은성에게 볼넷, 페게로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에 몰린 순간이었다. 이때 키움 벤치는 사이드암스로 한현희를 불러올렸다. LG의 하위 타선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투수 교체.
김민성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1사 2,3루가 됐지만, 한현희는 유강남을 3루수 땅볼, 정주현을 1루수 직선타로 막고 무실점으로 넘겼다. 이후 키움은 승부처마다 투수 교체를 단행하며 LG의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6회 이영준, 7회 김동준과 조상우 모두 무실점 투구로 임무를 수행했다. 조상우는 8회까지 1⅓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뒤 9회 마무리 오주원에 마운드를 넘겼다.
키움은 지난 7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도 9명의 투수를 동원해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키움 불펜진은 필승조와 추격조가 구분이 돼 있기는 하지만, 보직상 그런 것일 뿐 실제 박빙의 상황에서 추격조가 등판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장정석 키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불펜 투수들을 모아놓고 "올해는 5회부터 들어갈 수 있으니 다들 일찍 준비하라"고 단단히 일러놓았다고 한다. 오주원 김상수 조상우 한현희 등 필승조 말고도 이영준 김성민 윤영삼 양 현 등 비필승조 멤버들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키움은 선발투수 전력이 LG의 '빅3'에 비교해 처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불펜투수들의 활약은 선발진에게 모자란 힘을 채우고도 남았다. 키움은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를 만난다. SK 역시 김광현, 앙헬 산체스, 헨리 소사, 박종훈, 문승원 등 선발진이 강력하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썼던 마운드 운영 전략을 그대로 쓸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준플레이오프를 4차전에서 결정지어 3일간의 휴식을 확보, 힘을 비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키움은 올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3.41로 10개팀 중 단연 1위다. 지난해 최하위(5.67)에서 1년새 최강 불펜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키움이 '벌떼 마운드'로 가을야구 정복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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