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그동안 일부 프로야구 구단들은 '지도력'보다 '순혈주의'를 존중해 왔다. 팀 전통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쁘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전통과 권위보다는 진화, 소통이 더 나은 가치로 평가받는다. 순혈주의는 점차 내몰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도 도전을 택했다. 구단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주인공은 미국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출신 맷 윌리엄스(54)다.
KIA는 15일 '맷 윌리엄스 전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22년까지 3년간 선수단을 지도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외인 감독 물색은 시즌이 끝나고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타이거즈 야구 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데 공감한 이화원 사장과 조계현 단장은 시즌이 한창일 때부터 물밑에서 리스트를 만들고 추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부터 구단은 이미 외국인 감독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시즌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정예로 추려진 후보들과 인터뷰 면접을 갖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도자가 윌리엄스 감독이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확실한 지도 철학과 데이터 분석 및 활용 포지션 전문성 강화 프로 선수로서 의식 함양 팀워크 중시 등 구단의 방향성이 들어맞았다. 특히 한국야구를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의욕이 넘쳤다. 적극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KIA행이 확정되자마자 SK 와이번스를 우승시켰던 트레이 힐만 전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했다. KBO리그의 문화와 특징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따끔한 조언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윌리엄스 감독을 선임하기까지는 두 가지 절차가 남아있었다. 모기업 결재와 윌리엄스 감독이 3루 코치로 속해있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시즌이 마무리돼야 했다. 헌데 그룹에 보고를 하고 최종재가를 맡는 과정에서 또 다시 순혈주의 루머가 터져 나왔다. 구단주가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 A 지도자를 원한다는 소문이었다. 한 매체는 확정 보도까지 냈다. 여론의 시선은 A 지도자 선임으로 몰렸지만, 이미 그룹으로부터 감독 선임에 대한 일임을 받은 구단은 때를 기다렸다. 이달 초 오클랜드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패해 가을야구를 일찍 접자 조 단장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윌리엄스 감독과 세부협상을 했고, 영입을 마무리했다.
KIA 타이거즈는 기아자동차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구단이다. 감독 선임 절차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구단이 외인 감독 선임 작업을 신중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던 건 모기업의 믿음 때문이었다. 감독 선임 권한을 전문가들이 모인 현장에 넘겨주면서 구단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을 넓혀줬다.
특히 국내 감독이 아닌 외국인 감독 선임에 모기업이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던 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 신임 감독의 연봉은 국내 최고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높은 이름 값 때문에 2년 160만달러(계약금 40만달러, 연봉 60만달러)를 받았던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몸값을 상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다소 높은 연봉과 외국인 수석코치까지 데려오는 것에 모기업이 돈을 쓰는 건 결국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2~3년 뒤 밝은 미래를 그리려는 큰 그림으로 해석된다.
투자의 결실은 윌리엄스 감독이 입국해 마무리훈련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을 첫 지휘하러 가는 18일부터 영글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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