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대표적 지략가다.
정확한 눈과 치밀한 분석을 통해 현장에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내놓는다. 2019년 정규 시즌 90% 이상을 지배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즌 막판 염 감독은 많이 힘들었다. 예기치 못했던 집단 슬럼프 속에 아쉽게 정규시즌 우승을 두산 베어스에 내주고 말았다. 당시 위축됐던 팀 분위기가 포스트시즌까지 살짝 이어지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1,2차전을 접전 끝에 모두 내주고 말았다.
이제 세상의 눈은 온통 키움에 쏠려있다. 언제, 어떻게 한국시리즈에 오르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공은 둥글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야구다. 반전이 있어 더욱 매력 있는 스포츠. 17일 부터 플레이오프 3,4차전이 열릴 고척 스카이돔 1층 입구 벽면에는 요기 베라의 유명한 명언이 새겨져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명가의 자존심'을 걸고 이 문구를 되새길 팀, 바로 SK 와이번스다. 시리즈 승패를 떠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충분히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참 오랫동안 침묵했던 타선이 비로소 꿈틀대고 있다. 장사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다. '거포군단'의 위용을 되찾을 조짐이다.
예리한 눈을 가진 SK 염경엽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고개를 갸웃했다. 1차전에 침묵했던 타선에 대해 "지난 2주간 훈련할 때는 감이 올라오고 있어 기대를 했는데 안 터지더라"며 "오늘도 지켜봤는데 타자들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거 같다. (어제보다)조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염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SK는 이날 홈런 3방 포함, 장단 8안타로 7득점을 올렸다. 그 중심에는 '가을 사나이' 한동민과 로맥의 장타본능 회복이 있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당시 맹활약했던 한동민은 투런홈런과 적시 2루타 등 장타를 쏟아내며 4타점을 쓸어담았다. 1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날렸던 로맥은 선제 솔로포 등 멀티 홈런을 날리며 홈런 본능을 제대로 회복했다. 허리가 빠지면서 툭 건드린 타구도 펜스 앞까지 비행했다. 배트에 걸치기만 해도 펜스를 넘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페이스. 남은 경기에서 한동민과 로맥을 상대해야 할 키움 투수들로선 곤혹스러울 만큼 가공할 배팅 파워다.
딱 하나 남은 퍼즐은 최 정의 부활이다. 2경기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는 최 정은 스타기질이 충만한 선수다. 결정적인 순간, 극적인 홈런포가 가동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종욱의 중거리포까지 살아나면 금상첨화다. 고종욱은 비록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2차전에서 날카로운 타구들을 날리며 부활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최 정의 홈런포와 고종욱의 정교함이 더해지는 순간, 일방적 시리즈로 흐를 뻔 했던 플레이오프는 요동칠 것이다.
2차전 5회 2타점 싹쓸이 2루타를 날린 뒤 2루에 안착한 한동민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에 새겨진 챔피언 로고를 두드리며 와이번스의 혼을 깨웠다.
비록 현재 궁지에 몰렸지만 와이번스가 품고 있는 왕조의 DNA는 언제, 어디서든 발현될 수 있다. 이대로 쉽게 물러설 SK가 아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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