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일주일 정도 쉬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나의 우승 반지도 갖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KBO리그에서 무려 8개의 우승 반지를 가진 인물이 있다. 바로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배영수(38)다. 2000년 삼성에 입단 한 이후 2002년, 2005년, 2006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등 7차례 삼성의 우승을 모두 함께 했던 배영수는 두산으로 온 2019년 8번째 한국시리즈의 기쁨을 맛봤다.
그렇게 많은 우승을 했는데 배영수에겐 이번 우승이 가장 기뻤다고 했다. 한번도 하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포수와 우승의 포옹을 처음으로 했기 때문이다. 배영수는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11-9로 앞선 연장 10회초 1사 후 이용찬 다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4번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고, 마지막 타자 샌즈의 타구를 직접 잡아 1루로 던져 우승을 마무리했다. 마운드로 뛰어온 박세혁과 격하게 껴안은 배영수는 이어 동료들과도 껴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자신의 프로 입단 20년째에 맞은 8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자칫 이번 한국시리즈에 투수 중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1차전부터 경기가 접전을 하다보니 배영수가 등판할 기회가 없었던 것. 그런 배영수가 연장 10회초에 덕아웃 앞으로 나와 캐치볼을 해 10회말에 배영수가 등판하는가 했지만 이용찬이 올라왔다. 하지만 운명이었을까. 갑자기 배영수에게 기회가 왔다. 10회말 1사후 김태형 감독이 이용찬에게 지시하러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이미 두차례 마운드 방문 기회를 썼던 터라 자동적으로 투수를 교체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 배영수가 올라왔고 2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잡고 우승을 결정지었다. 배영수는 "원래 10회말에 나가기로 돼 있었는데 10회초에 점수가 나면서 이용찬이 계속 던지게 됐다"라면서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나에게 기회가 왔다"라고 했다. 이어 "어제 자기전에 이상하게 내가 마무리로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실제로 내가 마무리를 하게 됐다"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계속 지었다.
배영수는 "나중에 영상을 보니 내가 웃으면서 마운드에 올라가더라. 긴장해서인지 기분이 좋아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박병호에게 초구 바깥쪽을 던졌는데 제대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박병호를 잡은 공은 슬라이더였다고. "내 전성기를 있게한 슬라이더를 던졌다. 전성기 때처럼 잘 들어갔다"라며 웃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배영수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사실 배영수에게 선수생활 그만하고 코치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라고 했었다. 20년을 뛴 배영수가 은퇴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
경기후 노보텔 엠베서더 독산에서 열린 축승회 때 취재진과 만난 배영수는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2차전을 앞두고인가 사우나에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라면서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려 한다"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마무리한 가장 기쁜날 자신의 다음 인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배영수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그는 2019년 한국시리즈의 우승을 확정지은 세이브 투수라는 행복한 기억을 갖게된 행운의 사나임엔 틀림없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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