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부터 탈모에 시달리는 4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오늘도 휑한 자신의 머리를 보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탈모약을 먹기도 하고 바르기도 해봤지만 좀처럼 효과를 크게 못봤던 그는 최근 수 백만원을 들여서라도 모발 이식을 생각중이다.
탈모 인구 1000만 명 시대, 이씨처럼 탈모의 '해방구'로 모발 이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미용의 목적으로 모발 이식을 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모발 이식의 최선봉에서 일하고 있는 '모낭분리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로부터 모낭분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직업의 장단점과 미래 성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모발이식 성공 여부는 모낭분리에서 시작
모발이식은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기본 세포조직인 '모낭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모발이식 과정은 전문의 상담, 디자인, 모낭 채취, 모낭 분리, 모낭 이식, 샴푸 및 소독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이때 모낭 채취는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절개 수술이나 비절개 방식으로 하게 된다. 절개 또는 비절개수술 선택은 두피 탄력과 흉터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예를들어 절개할 수 있는 두피 탄력은 약하지만 삭발이 가능하면 '비절개모발이식', 탄력도 약하고 삭발도 안된다면 '무삭발 비절개', 탄력은 좋지만 삭발이 안될 경우엔 '무삭발 비절개' 또는 '절개식 모발이식'을 선택할 수 있다.
모발이식에 있어서 '모낭'이 언급되는데 모발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 개의 모낭안에 1~3개의 모발이 존재한다.
보통 한 개의 모낭에 한국인은 1.65~1.75개의 모발이 있으며 서양인은 2~3개로 더 많다.
의사가 환자의 두피에서 모낭을 채취해주면 모낭분리사는 모낭 하나에 담긴 여러 개의 모발을 분리해 의사가 빠르게 이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모낭분리사는 모발의 높은 생착률(조직이 다른 조직에 제대로 붙어서 사는 비율)을 위해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모낭분리를 수행해야 한다.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 모발이식 성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맨눈으로 모낭을 분리할 때 모낭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 잘리게 되면서 20~30% 정도 손실이 발생되는데 이럴 때는 현미경을 이용해 모낭분리를 하기도 한다.
사실 전문 모낭분리사의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대한모발이식학회는 "일반적으로 간호조무사와 모낭분리사가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 정확한 종사자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모낭분리사는 특별한 전공이나 자격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며 의사나 다른 모낭분리사와의 공동 작업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나성형외과 박재현 원장은 "모낭분리팀은 모발이식 수술의 전체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모발이식은 의사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모낭분리팀과의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부심·성취감에 뿌듯…"미래성장성 밝을 것"
모낭분리시엔 보통 1~2시간씩 한 자세로 말없이 몰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보니 눈의 피로는 쌓이고 목·허리 등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고된 업무에도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자부심과 성취감 때문이라고 모낭분리사들은 입을 모은다.
다나성형외과에서 근무중인 모낭분리사 장원아씨는 "모발이 많이 없어 사회생활 등 환경에서 늘 스트레스 받고 의기소침했던 분들이 모발이식 결과를 통해 만족해 하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얘기를 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10년차로 모낭분리 베테랑인 그녀는 진로 고민 중 모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비전이 있는 직업'이라고 추천받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모낭분리사는 "모낭이 의도대로 잘 분리돼 환자분들이 수술결과에 만족해 할 때 벅찬 성취감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모낭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집중력 및 섬세함과 지구력, 순발력 등을 갖춰야 한다.
아주 작은 모낭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손떨림이 모낭이식의 생착률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은 생소한 분야다보니 전문적으로 모낭분리를 교육시키는 기관이 거의 없다.
장씨는 이에 대해 "분리할 수 있는 방법 또는 배울 수 있는 곳이 병원에 한정되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모낭에 대한 이론 등에 대해 가르치는 대학교나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설치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모낭분리사의 수입은 실력과 경력, 의료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아직은 높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연봉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중간쯤인 약 2400만~38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모낭분리사의 미래 성장성은 어떨까.
현직 모낭분리사들은 특수한 전문직이기에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모낭분리사는 "탈모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전문인력을 원하는 병원 등 의료기관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신규 구직자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들도 재취업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씨 역시 "많은 분들이 모낭분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여전히 생소해 한다"면서 "최근 탈모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미래엔 꼭 필요로 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관계자는 "탈모 인구 등이 증가함에 따라 탈모의 근본적 치료인 모발이식 시장 또한 확대될 것"이라면서 "미용을 목적으로 한 헤어라인 교정, 구레나룻, 수염, 눈썹이식 등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모낭분리사의 역할 또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기술 분야이기 때문에 숙련의 과정은 필요하다.
대략 2~3년 정도 근무해야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생긴다는 것.
이 직업에 도전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장씨는 "모발의 세계는 배울 것이 많아 항상 흥미가 생기고 재미있다"면서 "손기술을 요하는 특별한 업무를 하다보니 한번 배우면 오랜기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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