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체코 클럽 슬라비아 프라하가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를 치렀다.
2019~2020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 때 FC바르셀로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인터밀란과 같은 F조에 속해 쓴웃음을 지어야 했던 그들은 5일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누에서 열린 F조 4차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리오넬 메시의 연속 득점 행진을 저지했다. 이날 무승부는 현재까지 조별리그 최대 이변으로 여겨진다.
바르셀로나 슈팅 7개를 선방한 수훈갑 온드레이 콜라르 골키퍼는 "우리가 이곳에서 승점을 얻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경기 전 내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골을 안 먹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면, 다들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홈에서 모든 팀을 상대로 득점을 했었다"고 활짝 웃었다.
골대를 강타한 메시의 슈팅 상황에 대해선 "공이 너무 빨라 손을 댈 수조차 없었다. 공이 날아오는 걸 보면서 골이겠거니 생각했다"며 무실점에는 다소 운이 따랐다고 고백했다.
바르셀로나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과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슬라비아가 걸어 잠그지 않고 강한 전방압박 전술을 활용해 놀랐다고 말했다. 결국 슬라비아는 골대와 운에 기대지 않고 전술과 노력을 통해 귀중한 승점을 얻었다.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를 무득점으로 마친 건 7년 전인 2012년 12월 벤피카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참고로 바르셀로나 1군의 몸값(추정치)은 11억8000만 유로(약 1조5132억원)다. 4180만 유로(약 536억원)인 슬라비아의 28배가 넘는다. 바르셀로나 B팀의 몸값(3980만 유로, 약 510억원)과 엇비슷하다.
슬라비아는 지난 9월 F조 첫 경기였던 인터밀란 원정에서도 1대1 무승부를 거두며 유럽을 깜짝 놀라게 했다. 놀랍게도 승점 2점을 모두 유럽을 대표하는 유명한 경기장 캄누와 쥐세페 메아짜에서 쌓았다.
진드리치 트르피쇼프스키 슬라비아 감독은 "엘클라시코를 보며 자랐다. 내가 12살 때 누군가 '커서 가장 뛰고 싶은 경기장은 어디냐'고 물어보면, 캄누가 첫 번째였다. 이곳에서 경기를 치르게 돼 매우 만족한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이겼다면 재정담당자가 더 좋아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금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슬라비아 프로팀은 승리 미션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후배들인 19세팀은 앞서 열린 UEFA 유스리그에서 '라마시아' 출신 바르셀로나 19세팀을 3대2로 격파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슬라비아 공식 트위터는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지 못해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적었다.
물론, 슬라비아의 돌풍이 토너먼트 진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슬라비아는 2경기를 남겨두고 2위 도르트문트와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진 상태다. 남은 2경기에선 다시 인터밀란(홈)과 도르트문트(원정)를 상대해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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