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써줬으면. 그게 엄마에게 정말 필요한 것."
알츠하이머 투병중인 배우 윤정희(75)의 딸의 부탁이 네티즌들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윤정희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3)와 이들의 딸이자 바이올리스트 백진희는 10일 공개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알렸다. 모든 해외 공연까지 함께 다니며 결혼 40년간 아내 윤정희와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는 백건우는 심각해진 알츠하이머 증상으로 인해 윤정희가 파리 근교에서 딸과 함께 요양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10년 전쯤 시작됐다. 세계 각지로 연주 여행을 함께 다니면 지금 있는 곳인지 뉴욕인지 파리인지 서울인지 구분을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라고 백건우는 전했다. "공연장에 가는 중 '우리가 왜 가냐'고 묻는다.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 앙코르를 뭘 칠거냐고 물어보고, 무대에 올라가기전까지 100번정도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며 "요리하는 법도 잊어먹어서 재료를 막 섞어놓고 밥을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을 먹자는 정도까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윤정희는 딸과 막내 동생의 얼굴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알츠하이머 증상이 악화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 백진희 "엄마가 나를 못 알아 볼 때 가장 힘들었다. '엄마'라고 부르면 '왜 나를 엄마라 부르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백진희는 인터뷰 말미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면서 사랑받았던 사람이다.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주길 바란다. 엄마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절절한 바람을 전했다.
윤정희는 문희, 남정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60년대를 휩쓸었던 영화계 대표 스타다. 1965년 오디션에서 발탁돼 1967년 '청춘극장'로 데뷔해 '강명화'(1967), '안개'(1967) '내시'(1968), '천하장사 임꺽정'(1968), '장군의 수염'(1968), '독짓는 늙은이'(1969), '야행'(1981), '자유부인'(1931), '만무방'(1994)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1994년 개봉한 '만무방'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했던 윤정희는 지난 2010년 개봉해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던 영화 '시'(이창동 감독)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윤정희는 이 작품에서 변함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그해 열린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윤정희는 '시'에서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는 미자를 연기한 바 있어 더욱 대중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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