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시티스타디움(레바논 베이루트)=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작렬하는 태양 아래 적막감만 흘렀다. 경기 관계자 외에는 경기장 바로 옆에 주둔하는 군인들만 있을 뿐이었다.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도시 속 고요한 섬이나 다름없었다.
레바논과 한국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열리는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이 조용한 것은 무관중 경기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경기를 4시간여 앞둔 14일 레바논전 무관중 경기를 발표했다. 이것으로 한국은 10월 북한전에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를 치르게 됐다.
무관중 경기는 KFA가 아닌 레바논축구협회(LFA)가 먼저 제안했다. 최근 불안한 정세 때문이다.
현재 레바논은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레바논에서는 지난달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여전히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의 은행과 학교들이 문을 닫고 주요 기관 주변에 시위대가 몰리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지난달 29일 시위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표팀이 도착한 13일에도 돌발상황이 있었다.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질러 공항에서 베이루트 시내로 가는 길을 점거했다. 대표팀은 이 상황을 모면했지만 취재진들은 이 상황에 갇혀 길을 돌아오기도 했다.
이에 KFA는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제3국 개최를 요청했다. AFC는 LFA, 국제축구연맹(FIFA)와 협의했다. 그 결과 LFA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 레바논 개최를 확정했다. 8일이었다.
그러나 레바논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LFA는 13일 밤 AFC에 무관중 경기를 제안했다. 이에 LFA는 AFC, 현지 경찰들과 만나 14일 오전 무관중 경기를 확정했다.
무관중 경기 소식을 빠르게 전파됐다. 결국 경기장 주변은 조용했다. 군인들 그리고 군용 장비들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주변을 거닐어봤다. 현지 주민들만 있을 뿐이었다. 한 주민은 "쏜, 2골"이라고 짧게 말했다. 손흥민이 2골을 넣을 것이라는 것. 경기장 앞에서 현지인을 한 명 더 만났다. "안녕하세요"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했다. 레바논 주둔 한국군인 동명부대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인이었다. 그는 "무관중 개최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혹시나 들어갈 수 있을까봐 나와봤다. 아예 들어갈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무관중 경기에 대해 놀라워했다. 관계자는 "선수들이 또 무관중 경기냐고 놀라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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