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파울로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중동 원정에서 패배를 경험한 건 레바논전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2019년 AFC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부임 첫 패배를 당했다. 당시만 해도 감독과 선수, 감독과 팬들은 일종의 '허니문' 기간을 보내고 있었고, 부임 4개월만에 처음으로 당한 패배이기도 했다. 주장 기성용의 부상과 에이스 손흥민의 뒤늦은 차출과 같이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그에게 소위 '까임방지권'을 선물했다. 지난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피파 랭킹 91위 레바논전 무승부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아시안컵 때와 달리 벤투 감독은 부진 논란에 휩싸인 특정선수의 출전을 고집하고, 단조로운 공격 전술을 사용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는 중에 또 한 번의 무기력했다.
지난달 평양 원정은 북한측의 요구로 중계 없이 '깜깜이'로 치러져 그나마 팬들은 북한이 얼마나 거칠게 압박하고, 우리 대표팀이 어떤 플레이를 펼쳤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레바논전은 현지 사정에 따라 똑같이 무관중으로 치러졌지만, 실시간 생중계되며 벤투호의 문제점을 모든 축구팬들이 확인할 수 있었단 점에서 달랐다. 토트넘의 손흥민과 다른 국가대표팀의 손흥민,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 약속되지 않은 움직임 등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조광래 전 감독과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경질에 이르게 한 바로 그 월드컵 예선 중동 원정에서 벤투 감독이 첫 판부터 고전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카타르전 패배로 씁쓸히 물러난 슈틸리케 감독은 적어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선 압도적이었다. 예선 초반 9전 전승을 내달렸고, 그중에는 레바논 원정 3대0 승리도 들어있다.
부임 초기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 같았던 벤투 감독이 지휘한 지난 21경기를 뜯어보면 아시안컵 5경기와 월드컵 예선 4경기를 제외한 12경기가 친선전이었다. 그중 8경기를 홈 관중 앞에서 장거리 이동을 한 팀을 상대로 치러 무패행진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이후부턴 원정 일정이 잡혔다. 조지아(터키), 투르크메니스탄, 북한, 레바논으로 떠났다. 하나같이 피파 랭킹이 더 낮은 팀이었지만, 사이다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는 없었다. 4경기에서 투르크메니스탄전 1경기에서 승리했고, 나머지는 모두 비겼다. 한국은 반환점을 돈 2차예선 8개조에서 승점(8점)이 가장 낮은 선두팀이다. 2-3위인 레바논-북한과는 1점차, 4위 투르크메니스탄과는 2점차에 불과하다. 한국은 이번 예선 참가국 중 랭킹이 이란,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일부 팬들은 2차예선부터 '경우의 수'를 따지고 '대표팀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레바논전을 '1일'로 하여 벤투 감독에 대해 다시 냉정하게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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