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민감한 한-일 관계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콜린 벨 여자 A대표팀 감독은 한국말로 또박또박 답했다. "나한테 왜 중요해요?"
이게 답이었다. 벨 감독에게 '한-일전'은 앞으로 치러야 할 수 많은 경기 중에 하나다.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A대표팀은 17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일본과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2005년 대회 이후 14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일본은 2승, 한국은 1승1무를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는 승자승 원칙이 적용된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되는 '한-일전'이다. '맏언니' 심서연은 "한-일전은 지기 싫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 이제 첫발을 뗀 벨 감독에게도 첫번째 한-일전은 특별한 의미였다. 16일 부산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 나선 벨 감독은 "한-일전의 의미를 아느냐"는 질문에 한국말로 "네"라고 대답했다. 이어 "꼭 이기고 싶은 경기"라고 했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역사'가 아닌 '축구'였다. 벨 감독은 "나한테 왜 중요해요?"라며 "상대가 누구든 승리를 가져오는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그냥 이기고 싶다. 분명히 일본과의 관계를 알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역사적인 이유로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지만, 축구는 감정이 아닌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10위의 일본은 아시아 최강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캡틴' 이와부치 마나를 비롯해 정예 멤버들을 가동했다. 2경기에서 12득점-0실점의 막강 전력을 과시했다. 벨 감독도 일본의 전력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소집 훈련 전부터 일본에 대해 분석을 했다. 여기와서도 두 경기를 봤다. 이와부치 같은 좋은 선수가 있다는 것은 이 팀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독일에서 부터 이와부치를 알고 있었다. 월드클래스로 성장했다. 감독도 좋다"고 했다.
벨 감독은 일찌감치 한-일전을 준비한 모습이다. 15일 대만전에 이어 이틀 뒤 바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스케줄을 감안, 벨 감독은 1차전 중국전과 2차전 대만전의 베스트11을 완전히 바꿨다. 심서연도 "베스트11을 모두 바꾼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놀랐다"고 했다. 일종의 2원화 전략이었다. 벨 감독은 1차전을 치른 뒤, 대만전을 준비하며 중국전에 나섰던 멤버들도 함께 조련했다.
2원화 전력을 통해 선수단의 경쟁력을 높이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심서연은 "누가 주전인지, 백업인지 나뉘지 않고 기회를 받아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감독님이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시며 선수단 개개인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신다"고 했다. 사기도 끌어올렸다. 벨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실점을 하면 "회식을 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중국전을 마친 뒤 감독님이 소고기를 사셨다"고 했다. 이어 "대만전도 무실점을 마친 뒤 '이번에는 햄버거?'라고 하셨다. 시간이 되지 않아 아직 사지는 못했다"고 했다.
벨 감독은 한-일전에 대한 각오로 "강팀이기 때문에 큰 도전이다. 우리는 큰 도전을 원한다"고 했다. 이어 한-일전의 키워드를 한국말로 답했다. "내일 중요해요. 그래서 포기하지마." 이 정신에 한-일전 성패가 걸려 있다.
부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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