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상대 수비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통과시켜 돌파하는 일명 '넛메그'는 행하는 이에겐 더할 수 없는 짜릿함을, 당하는 이에겐 더할 수 없는 굴욕감을 선사하는 기술이다.
맨유가 5일(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홈경기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기록한 1대6 대패, 이날 전반 37분 손흥민의 두 번째 골 상황은 맨유의 굴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장면이라 할 만하다.
전반 37분 측면에서 오리에의 첫번째 '넛메그'가 작렬한다. 맨유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의 가랑이를 가뿐히 통과한 패스가 '오프더볼' 상황에서 이미 골문을 향해 무한질주를 시작한 손흥민의 발끝에 연결된다. 손흥민 역시 그 찰나의 순간에 영리하고 침착하게 맨유 골키퍼 데헤아의 가랑이 사이를 노린다. 데헤아의 가랑이를 통과한 볼이 골망을 흔든다. 2연속 넛메그가 골로 연결된 드문 장면이다. 이날 경기 후 영국 대중일간 더미러는 '맨유, 토트넘전 1대6 대패, 6가지 토킹포인트'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통해 손흥민의 두 번째 골 장면을 언급했다. '맨유의 코믹한 수비 파트2'라는 제목을 달았다. 오리에의 땅볼 크로스가 매과이어의 가랑이 사이를 관통한 장면, 손흥민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데헤아까지 뚫어내며 기어이 골을 성공시킨 장면을 복기했다. 이 장면을 맨유 수비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하면서, 풀백 쇼는 케인을 쫓느라 뒷공간을 비워줬고, 바이는 마치 동상처럼 정지된 채 서 있느라 손흥민의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을 놓쳤다고 썼다.
맨유가 EPL 단일경기에서 단번에 6골을 내준 것은 역사상 단 3번뿐이다. 1996년 사우스햄턴전, 2011년 맨시티전 그리고 이날 토트넘전이다. 축구통계전문업체 옵타는 '3번 모두 공교롭게도 모두 10월이다. 소름'이라는 한 줄을 달았다. '10월의 저주'라 할 만하다.
또 토트넘은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올드트래포드에서 전반에만 4골을 터뜨린 리그 첫 원정팀으로 기록됐다. 맨유는 이날 '최악의 수비 호러쇼'라는 혹평 속에 해리 케인에게 페널티킥까지 헌납하면서 홈 3경기 연속 PK를 허용한, EPL역사상 7번째 팀이라는 굴욕적인 기록도 세우게 됐다. 2016년 12월 아스널 이후 처음이다.
한편 이날 2골 1도움의 활약과 함께 올드트래포드에서 처음으로 골맛을 보며 대승을 이끈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내 햄스트링에 마법이 일어났다. 이런 빅매치에 꼭 뛰고 싶었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열심히 훈련했다.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지성이형이 이곳에서 뛰었고 어릴 때부터 맨유 경기를 보며, 이 스타디움을 많이 봤었다. 6대1로 승리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