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터진다. 최근 1년간 4건의 화학물질 유출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터질 때면 재발 방지 약속을 내세우고 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해왔던 LG디스플레이의 민낯이다. 잦은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불감증이 만연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시행을 앞둔 가운데 경영지속성 확보를 위해선 안전관리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호영 사장, 사과문 발표…시민단체 "예견된 인재" 주장도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유출,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1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파주사업장 P8 공장 내에서 배관 연결 작업 중 수산화테트라 메틸암모늄(TMAH) 300~400ℓ 가량이 누출됐다. 반도체 가공 공정에서 세척제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TMAH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무색의 액체로, 독성이 치명적이다. 염기성의 독성 물질로, 이를 흡입할 경우 후두부 두통, 구토 등의 증세가 발현되고 증상이 악화할 경우 신경·근육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 당시 부상자 2명은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위독했지만 현재 회복 중이며, 4명은 화상 등의 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당시 작업 중이던 근로자와 회사 측을 상대로 조사 결과 사고 당일 TMAH 탱크 이동 작업 중 갑자기 밸브 쪽에서 TMAH가 누출됐다. 경찰은 밸브에 자체적인 결함이 있었는지, 밸브 조작에 문제가 있었는지, 다른 안전조치가 미흡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현장 감식도 진행됐다. 현장 감식은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관 밸브의 결함 여부 등을 주로 살펴보는 데 집중됐다.
LG디스플레이는 사고 발생 직후 정호영 사장 이름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호영 사장은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사고 발생 즉시, 피해자에 대한 응급처치 후 119 구급대를 통해 인접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사고 현장은 관련 화학물질에 대한 밸브 차단과 긴급 배기 가동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 발생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고 원인조사, 재발방지대책 등 제반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 노동단체는 LG디스플레이의 사과문 발표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보여주기식 대책 마련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1년 사이 LG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고, 6년 전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이유다.
LG디스플레이 구미 사업장에서 지난해 4월과 5월 파주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시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누출돼 각각 한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 6월 파주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의 경우 2015년 가스 누출 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는 LG디스플레이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장 9층에서 TM 설비(LCD 기판에 약품을 덧입히는 장비)를 점검하던 중 가스가 누출돼 변을 당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TM 설비 안에서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중 밸브가 열리는 바람에 질소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3일 발생한 사고와 비슷한 사고다.
환경운동연합은 LG디스플레이의 이 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배경으로 관리·감독 부실, 안전 부주의 등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발생한 사고의 경우 예견된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월 4일 배관 작업 중 밸브가 개방되어 배관 내 수산화나트륨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지 6개월 만에 같은 장소, 같은 유형의 사고가 지난 13일 발생했다"며 "지난해 4월 경북 구미 LG디스플레이 4공장에서도 '이송 배관 벨트 틈으로 수산화나트륨 약 61ℓ가 분사'되어 작업자 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화학 사고로부터 교훈 삼아 면밀히 조사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 실효성이 있는 대책까지 적극적으로 모색했다면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란 게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다.
직원들 불안감 확대…"강력한 안전사고 방지 대응 방안 마련"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디스플레이 직원들 사이에선 지난 13일 사고의 경우 내부적으로 사안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불만과 함께 반복되는 안전사고로 인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19년 구원투수로 등판, 실적 개선을 이끄는 정호영 사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중대재해법이 내년 시행을 앞둔 만큼 사고가 반복될 경우 회사의 이미지 타격뿐 아니라 경영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사고가 일어나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2명 이상이 중상을 입을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3일 화학물질 유출 사고와 관련해 안전불감증 만연 등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사고 직후 대책반을 구성해 원인 규명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안전교육장을 운영하고 있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정호영 사장이 사고 관련 현황을 따로 내부 직원들에게 알리는 등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전과 관련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분들을 최대한 지원하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강력한 대응 방안 마련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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