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화장실에 다녀왔다는데 증거가 없다."
서울 SK는 2일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진 닉 미네라스의 극적인 역전 결승 3점포에 힘입어 75대73으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공동 우승팀 SK는 무려 81일 만에 감격의(?) 2연승을 기록하며 공동 7위가 됐다. 6위 전자랜드와의 승차는 이제 2경기. 꺼져가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불씨를 되살리는 귀중한 승리였다.
하지만 믿기 힘든 승리의 환희 뒤, 옥에 티가 있었다. 바로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의 경기장 무단 퇴장 사건이었다.
SK가 62-65로 뒤지던 4쿼터 종료 4분20초 전. 워니가 드리블을 치고 상대 코트로 넘어가다 정효근에게 스틸을 당했다. 본인이 안일하게 플레이를 하다 원맨 속공을 허용했다. 정효근의 득점 장면 파울까지 범했다. 바스켓카운트. 경기 흐름이 급격하게 전자랜드로 쏠리는 순간이었다. 화가 난 문경은 감독은 즉각 워니를 미네라스로 교체했다.
경기 종료까지 한참이 남았고, 승부가 완전히 난 상황도 아닌데 벤치에 들어온 워니는 자신의 트레이닝복을 챙겨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문 감독을 포함한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이를 지켜봤다. 트레이너와 구단 관계자들이 차례를 바꿔 라커룸쪽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워니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다시 나타났다. 누가 봐도 마지못해 나온 표정. 작전 시간에도 혼자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경기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 그러다 미네라스의 버저비터가 터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팀을 기만한 일탈이었다. 프로 선수로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워니가 KBL과 SK라는 팀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에 문 감독은 "나도 평소 마음 좋은 사람이고, 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강조하지만 경기 후 야단을 쳤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그렇게 하는 선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워니 편을 들었다. 문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은 급격하게 흥분하는 경우가 있다. 면담을 잘 해보겠다. 본인은 화장실에 갔다고 하더라. 증거가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여지껏 그런 모습을 한 번도 안보였었는데, 성적도 안좋고 하니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다. 잘 다독이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선수가 만약 이런 행동을 했다면, 감독의 눈밖에 나고 즉시 퇴출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전력의 절반 이상인 KBL 리그 특성상, 문 감독은 화가 나도 팀의 주축인 워니를 어르고 달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워니의 버릇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문 감독은 내부 징계 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야단을 치겠다"는 말로 넘겼다.
워니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SK 유니폼을 입으며 KBL 무대에 데뷔했다. 센터로서 키는 작지만(1m99) 좋은 기술과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시즌을 다 치르지 못했지만, 워니는 지난 시즌 평균 20.4득점 10.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 MVP를 차지했다.
팀에서 재계약을 해주며 대우했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그러듯, 순둥이 같던 워니도 위상이 달라지자 이전의 성실함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 감독이 시즌 내내 워니의 체중 문제를 거론하는데, 시즌이 계속되도 불어난 체형은 그대로다. 경기 전 워밍업 때도 제대로 땀도 내지 않고, 시합만 대충 뛰는 모습도 발견된다.
여기에 이번 시즌 코로나 영향으로 기존에 오지 않던 수준 높은, 그리고 체격도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합류함에 따라 워니의 활동 반경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상대팀들의 특성이 더 세세하게 파악됐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국내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이어졌다. 그러니 답답한 경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SK가 극적으로 이겼기에 이 논란이 조금은 묻혔지, 사실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워니가 지금 상태에서 경기력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각성하지 않는다면 SK가 원하는 6강 플레이오프와 그 이상의 목표 달성은 현실이 되기 힘들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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