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진욱(19)은 분석할수록 놀라운 선수다. 오버핸드 투구폼이면서도 피칭시 어깨나 팔꿈치의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회전수도 좋고, 정확하게 12-6시 방향 무브먼트를 준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생소한 첨단 생체역학 시스템이 롯데 자이언츠의 미래를 키우고 있다.
롯데는 16일 사직구장에 설치된 '피칭랩(Pitching Lab)'을 도입 1년만에 최초 공개했다. 성민규 단장이 강력 추진해 도입한 피칭랩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바이오메카닉을 과학적으로 촬영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롯데 측에 따르면 '피칭랩' 구축에 쓰인 비용은 2억원 이상. 향후 시스템 활용과 유지에도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때문에 MLB 30개 구단 중에도 피칭랩을 갖춘 팀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날 첫 공개된 피칭랩 훈련의 주인공은 신인 김진욱이었다. 훈련전 세팅시간만 20분 가량 소요됐다. 현장을 정비하고, 상하의를 탈의한 김진욱의 몸 곳곳에 25~30개의 센서를 붙였다. 훈련을 참관한 취재진에게는 '그물도 건드리지 말라'는 신신당부가 내려졌다. 김진욱은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30개 가량 공을 던졌다.
피칭랩은 처음이지만, 김진욱은 롯데의 과학적인 훈련에 흠뻑 빠져있다. 그는 "투구할 때 몸에 어떤 방식으로 '꼬임'을 줘야하는지, 상하체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많이 배우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진욱의 고교시절 최고 구속은 147㎞.하지만 아직 2월 중순임에도 주 2회 실시되는 김해 2군 캠프 불펜피칭에서 이미 최고 145㎞의 구속을 찍었다.
이날 김진욱이 처음 언급한 이름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13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수상한 소형준(KT 위즈)이었다. 김진욱은 2019년, 21경기 91이닝 11승 1패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하며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고교야구 최다승(11승) 최다 탈삼진(132개) 신기록. 고등학교 2학년의 수상 자체도 이례적인데다, 당시 경쟁상대가 바로 3학년 소형준이다.
3학년이 된 지난해에도 강릉고의 황금사자기 준우승,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었다. 3학년 성적은 10경기 4승1패 36⅔이닝 평균자책점 1.70.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훈련과 대회 진행이 어려웠던 상황이 무색한 괴물급 성적.
김진욱은 "신인상을 타고 싶다. 작년에 (소)형준이 형이 10승 넘겼으니까, 우선 10승부터 넘기고 싶다. 아마 장재영(키움 히어로즈)나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경쟁할 것 같은데, 이겨내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진욱은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구폼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팔이 높아 부상 위험이 있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팔이 높을수록 타자가 치기 힘들다. 공이 날아오는 각도가 높아지고, 볼의 회전수도 더 커진다"며 "투구폼을 바꿀 생각은 없다. 대신 부상이 없도록 잘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우 롯데 육성총괄에 따르면 피칭랩은 MRI나 CT를 찍듯, 각 관절분야에 부착한 30여개의 센서를 통해 뼈와 근육의 움직임을 3D 데이터로 측정하고 저장하는 장비다. 서울대 운동역학 연구실과도 협업이 이뤄진다.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팀은 눈이나 감이 아닌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선수의 컨디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지도하게 된다.
박 총괄은 "흔히 사용되는 트랙맨이나 랩소도는 결과값을 측정하는 장비다. 피칭랩은 그 결과물을 좋게 만들기 위해 운동역학적인 분석을 하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투수의 투구폼 분석이 '본업'이지만 타자들의 타격, 포수의 2루 송구시 중심 이동 측정에도 활용된다. 장기적으로는 선수의 몸에 맞는 트레이닝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리고, 부상시 재활기간을 줄이는데도 활용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진욱에 대해서는 "놀라운 선수"라는 속내를 전했다. 팔이 높은데도 어깨와 팔꿈치 속도가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고, 공에 정확하게 수직으로 압력을 줌으로써 회전수를 높이고 무게감을 더한다는 것.
롯데는 지난 10일 내부 회의를 통해 김진욱의 보직을 선발로 확정지은 상황. 허문회 감독도 "김진욱은 15년, 20년 롯데를 책임질 투수다. 보기드문 재능을 지닌 투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진욱은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배님의 투구 영상을 많이 봤다"며 웃었다. 역대급 재능에 피칭랩이라는 날개까지 단 김진욱의 눈은 이미 '류김양(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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