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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터뷰]"파란만장 37세" 풍운아 김대우의 부활, 달라진 롯데 '프로세스'가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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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나이는 송승준 형(41) 다음이지만, 난 야구를 더 오래 하고 싶다. 친구 (노)경은(37)이랑 같이 45세까지 야구하는 게 꿈이다."

프로 지명을 거부하고 선택한 대학 입학, 갑작스런 입대, 두 번에 걸친 메이저리그 도전 실패, 돌연 대만 진출, 투수에서 타자 전향, 그리고 다시 투수로 복귀한지 4년.

투수로 11년, 타자로 7년. KBO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캐릭터. 김대우(37)가 '풍운아'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17일 만난 그는 뒤늦게 찾아온 행복에 젖어있었다.

"코로나19 여파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연봉협상이 따뜻했다. 팀에 대한 기여도를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

지난해 김대우의 연봉은 2900만원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9년까지 '투수' 김대우의 1군 커리어는 고작 9경기(선발 3경기) 12⅔이닝,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5.63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 김대우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롯데의 핵심 불펜 중 한명으로 성장했다. 2020년 46경기에 출전, 49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평균 147㎞에 달하는 묵직한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가 더해진 덕분이다. 커리어하이의 비약적인 경신은 무려 72.4% 인상된 5000만원의 연봉으로 보답받았다.

다만 '투수' 김대우의 커리어엔 통산 4패뿐, 아직 '승리 공헌' 기록이 없다. 승리, 세이브, 홀드 모두 0이다. 하지만 김대우는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와서 내가 200승을 하겠나, 300세이브를 하겠나"라며 웃었다.

'은퇴'란 말이 입술 끝을 오가는 나이다. 김대우는 "코치하는 후배들을 보면 '멘붕(멘탈 붕괴)' 온다"면서도 "나와 (노)경은이는 롱런할 거다. 45세까지 같이 현역으로 뛰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노)경은이의 롱런 비결을 배우려고 같이 채식을 해봤는데, 한달 만에 그만뒀다. 난 그냥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잠을 많이 자는 게 건강 관리다."

고교야구 스타였던 김대우는 2003년 KIA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하고, 롯데의 계약금이 마음에 차지 않자 '해외 진출 보장'을 조건으로 고려대 입학을 택했다. 하지만 재학 2년만의 입대로 양승호 당시 고려대 감독과 사이가 틀어졌다. 뒤이어 대만행. 김대우를 두고 한국과 대만, 양국 프로야구연맹 간 법적 분쟁으로 발전할 뻔했다.

어렵게 결정된 롯데 입단. '타자를 하라'는 구단의 권유를 거부하고 투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2009년 1군 데뷔전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첫 1경기 5타자 연속 볼넷의 불명예를 수립한 뒤 다시 2군행.

2012년 뒤늦게 타자로 전향해 6년을 뛰었지만, 통산 타율 2할1푼2리 7홈런 4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6에 그쳤다. 타자로나 투수로나 '2군 여포'의 면모를 벗지 못했다. 급기야 2019년에는 육성선수로 전환됐다.

그래도 롯데는 김대우를, 김대우는 야구공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2020년의 반전이 펼쳐졌다. 초고속카메라를 비롯한 롯데의 달라진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은퇴 위기의 노장을 극적으로 부활시킨 것.

"분명히 내 눈엔 제대로 들어갔는데, 데이터로 보면 안 좋은 거다. 포수한테 물어보면 내가 틀렸고 데이터가 맞다. 결국 타자가 보는 각도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래서 변화구를 배웠다. 투수하는 맛을 작년에 처음 느껴본 것 같다. 배트에 빗맞는 게 삼진보다 더 큰 희열을 주더라. 어린 투수들은 나보다 이 느낌을 빨리 깨우쳤으면 좋겠다."

전성기만은 못해도 직구의 구위는 살아있다. 근력은 여전하다. 여기에 투심 컷패스트볼(커터)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익히고 있다. 김대우는 "(노)경은이는 손재주가 좋아서 빨리 빨리 익히는데, 난 그게 안되서 팔 각도로 변화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제 김대우는 롯데의 우승을 꿈꾼다. 김대우가 데뷔한 이래 롯데는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후회해봤자 시간을 돌릴 순 없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음에 감사한다. 뒤늦게나마 이렇게 기회가 왔다. 아직 살아서 야구를 하고 있으니 영광이다. 가능하다면 롯데의 우승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