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라커룸에서 농담을 툭툭 내뱉던 '아는 형'을 만나려면 TV를 틀어야 한다. 전북 현대 선수단은 이동국(41) 없는 낯선 동계훈련을 경험하고 있다.
이동국의 은퇴로 팀내 최고참이 된 이 용(34)은 이달 중순 완주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동국이형 없는 빈자리가 크다. 동계(훈련) 때 생각이 많이 난다. 동국이형이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운동할 때 분위기를 띄워줬다"고 그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이동국의 고별경기가 된 울산 현대와의 FA컵 결승에서 멀티골을 쏘며 우승컵을 선물한 미드필더 이승기(32)는 "치료실, 라커룸에 있을 때 동국이형 생각이 난다. 동국이형은 늘 든든했다. 우리의 불만을 이야기하면 다 들어줄 것 같은 듬직한 형이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에서 활약한 '레전드 오브 레전드'다. 전북의 전성기는 '라이언 킹' 이동국의 영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 잘 사주는 형' 이동국의 존재로 인해 전북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고 K리그 리딩클럽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주변에서는 이야기한다.
이동국이 활약하던 시기 전북은 총 10개의 트로피(리그 8회, FA컵 1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회)를 들어올렸다. 올해는 K리그 5연패에 도전한다.
이동국과 전북 입단 동료로, 코치를 거쳐 올해 감독으로 부임한 김상식 감독(44)은 "2000년대 처음 만났다. (내가 선배지만)사실 동국이를 모시고 다녔다.(웃음) 그런 동국이가 떠나 아쉽긴 하지만, 곧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 내 치료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런 이동국을 보려면 이제는 TV를 틀어야 한다. 이동국은 은퇴 후 자유롭게 방송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JTBC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시즌 2, 농구편) 멤버로 합류해 농구 실력을 뽐내고 있다.
김 감독은 "자주 연락하는데, 하루 3시간씩 농구 연습을 한다고 한다. 축구를 그렇게 했으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가서 성공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절친'한 사이기에 가능한 농담이다.
후배들도 꾸준히 방송을 챙겨보고 있다. 이승기는 "아는 형이 연예인들 사이에서 안 '꿀리더라'. 뭐든지 잘했던 형이 방송도 잘하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엄지를 들었다. 이 용은 "원체 재치가 있으시고 운동신경도 좋다. 제2의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공백은 5연패를 노리는 전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경기장 위에선 새롭게 영입한 '검증된 골잡이' 일류첸코가 역할을 대신하겠으나, 라커룸 내 이동국의 존재감을 대신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동국보다 더 오랜 기간 전북에 머무른 원클럽맨 최철순(34)은 "동국이형 덕분에 팀이 잘 뭉쳤다. 저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용도 "우리팀에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이 동국이형이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많이 보고 배웠다.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기는 "형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남은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 나부터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막을 앞둔 김 감독은 '절친한 후배' 이동국에게 서운한 감정(?)도 내비쳤다. "개막전에 응원차 전주로 내려오라고 하니까 촬영이 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인연을 끊던지 해야지…"라며 웃었다.
전북은 2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2009년 이후 12년만의 '이동국 없는 개막전'이다. 김 감독은 "계속 기록을 써나가야 한다. 상대팀 입장에선 한 팀이 오랜 기간 우승하면 리그가 재미없어 진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이에른 뮌헨이 계속 우승한다고 리그 관중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타이거 우즈가 계속 우승해야 재미있는 게 스포츠다. 올해 5연패를 할 수 있게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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