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화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소통에 거리낌이 없는 지도자다.
그의 입은 쉴 틈이 없다. 훈련 시간은 물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코치, 선수와 대화한다. 자신이 강조하는 신념과 실패할 자유를 설파하는 것을 넘어, 오랜 기간 하위권을 전전한 팀 내에 켜켜이 쌓인 패배주의를 걷어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 속엔 외국인 지도자나 선수가 으레 하는 '립서비스'와는 다른 진정성도 느껴진다.
이런 수베로 감독 곁엔 늘 통역인 김동준씨(30)가 뒤따른다. 김 씨는 지난달 수베로 감독 입국 후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고 있다. 단순히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작은 제스쳐까지 따라 하는 '인간 복사기'다.
하루 대부분을 소통으로 채우는 수베로 감독의 곁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 씨는 한 치의 흔들림이나 가감 없이 수베로 감독의 말과 행동을 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수베로 감독의 제스처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 높낮이까지 따라 해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유년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김 씨는 명문 사립대인 에모리대를 졸업한 뒤 IT 대기업 오라클의 한국 법인에 근무하던 인재다. 그는 지난해 워윅 서폴드, 채드벨의 통역으로 한화에 입단했고, 올해 수베로 감독의 전담 통역으로 발탁됐다. 앞으로 3년간 한화의 리빌딩을 진두지휘할 수베로 감독의 곁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것은 그가 지난 1년간 인정 받을 만한 실력을 보여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프링캠프 시작 뒤에도 현장 관계자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김 씨는 "수베로 감독님은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신다. 감독님이 '나와 똑같이 해달라'고 요구하신 부분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그런 장면들이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몸동작이나 목소리 톤, 감정까지 부족하지만 최대한 똑같이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통역 때와 달리 감독님의 말을 전하는 건 무게가 다르다.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집중하게 된다"며 "감독님 말씀을 전해 듣고 이행하는 선수들에겐 그것이 자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통역은) 선수라는 직업을 가진 이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신중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베로 감독은 "입국 때부터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잘 챙겨준 고마운 친구"라며 "내가 한국어를 몰라 (통역) 실력을 알 수는 없다"고 웃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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