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는 시작부터 시청률 20%의 벽을 넘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김순옥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함께 배우들의 호연은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성공하는데 밑바탕이 됐음이 틀림없다. 특히 곳곳에 배치된 '신스틸러'들이 강렬한 임팩트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중 극을 떠났지만 아직도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캐릭터가 바로 주단태(엄기준) 심수련(이지아) 부부의 펜트하우스 속 양미옥(김로사) 집사다. 시리즈 초반 조용한 인물인줄 알았던 양 집사는 주단태 스토커에 가까운 행동으로 충격을 선사하더니 시즌1 말미에는 오윤희(유진)가 심수련 살해 누명을 쓰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시작부터 강렬한 연기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천서진(김소연)을 향해 "주단태는 내 남자"라고 악에 받쳐 소리치는 모습으로 기선을 제압한 김로사는 배로나(김현수)를 죽이려다 오히려 로건리에 의해 궁지에 몰리자 약을 먹고 자살하는 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오윤희는 누명을 벗게 됐다.
김로사는 2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인기를 아직 실감하지는 못하겠다. 원래 메이크업을 지우면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고 웃었다.
'펜트하우스' 오디션을 볼 때까지만 해도 캐스팅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순옥 작가님의 작품 중 신 8개를 연기했어요. 사실 어린 여배우 캐릭터도 있었는데 '설마 이걸 날 시키겠어'하고 연습도 안했거든요. 그런데 다 시키시더라고요. 남자 캐릭터까지 했어요." 그리고는 양미옥이 됐다.
양미옥은 김로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임팩트 있는 인물이었다. "주동민 감독님은 항상 저보다 한발짝 앞에 계시더라고요. 저는 양미옥이 일상에서 무섭게 연기를 잘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연극배우를 했던 것처럼 연기를 잘하는 인물'이라고 디렉션을 주셨어요. 그런 면에서 제 생각과 너무 잘 맞아서 연기하기 좋았죠."
'펜트하우스' 속 캐릭터들은 마치 경주마를 보듯 한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질주한다. "양 집사도 그래요. 그래서 연기하기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은 다 이런 역할 해보고 싶어할걸요. 일상에서는 못하니까 연기할 때는 너무 신나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양집사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쉬운 인물은 아니다. "실제로 맞는 건 아니지만 맞고 난 연기, 감정적으로 복받쳐 몸이 떨리는 연기를 몇시간씩 촬영하다보니 다음날에는 거의 몸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마지막 신은 거의 6시간 촬영을 했고 그 앞에 맞는 신은 3시간 정도 촬영했어요."
솔직히 김로사도 시즌2에서 양미옥이 1회에 죽음을 맞을 것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처음 첫 회에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을 듣고는 좀 놀랐어요. 시즌2도 계속 할줄 알았거든요.(웃음) 농담 조금 섞어서 '내가 작가님에게 무슨 잘못을 했나'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찬찬히 읽어보고 '영광스럽다'고 생각이 바꼈죠. 1회에서 양집사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더라고요." 실제로 양 집사는 충격적인 죽음으로 시즌2 시청률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많은 대사가 있었지만 편집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한 댓글에 '양집사는 '죄송합니다'만 하고 출연료 받네. 개꿀이었을 둣' 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댓글을 읽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그런데 첫 회에 이렇게 멋진 신을 만들어 주셔서 작가님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시즌2 끝까지 '죄송합니다'로 끝나는 것보다 이렇게 멋지게 죽음으로 마무리하는게 배우로서는 정말 멋지잖아요."
김순옥 작가에게 고마운 점은 또 있다. "원래 스타작가님들은 애드리브 같은 것들을 싫어하는 편이라고 들었거든요. 조사 하나도 바꾸는 것도 민감하다고요. 그런데 우리 작가님은 '그 애드리브 너무 좋았어요' 같은 피드백을 잘 주세요. 선입견이 있었던 제가 깜짝 놀랐어요. 물론 그래서 배우는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하죠. 캐릭터를 연구하고 준비도 많이해야하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연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요."
김로사가 생각하는 양미옥의 키워드는 '집착'이었다. "오히려 순박한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고립돼 있는 삶을 살면서 친구도 가족도 없이 외로운 여자죠. 그래서 더 집착이 심해졌던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강아지에 집착이 심했던 적이 있거든요. 무대 위에서 연기하면서도 강아지 걱정을 했어요. 그때 한 감독님이 '너 사람들 좀 만나'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빠져나오긴 했는데 양미옥은 본인을 계속 고립시켰던 것 같아요."
김로사는 연극 배우로 활동하다 영화와 드라마로 주무대를 옮긴 배우 중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매체 연기로 와서는 여러가지 일을 다 겪어봤어요.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죠. 연극 쪽에서는 주연이나 단역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이쪽은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웃음)"
연극에서 매체로 많은 배우들이 넘어오고 있고 연극 쪽이나 매체 쪽에서도 이를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연극연습을 하다 오디션 스케줄을 조절하려고 하면 안좋게 보는 감독님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얼른 다녀오라'고 하시죠. 매체 쪽에서도 예전에는 '연극 연기'를 안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소극장 연극이 많아지면서 과도한 메이크업에 큰 발성보다는 현실연기가 주를 이뤄서 매체연기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김로사는 아직 '펜트하우스' 속 양미옥을 보내지 못했다. 그래서 양미옥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이 복받힌 듯 눈시울을 붉혔다.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아직 양미옥을 보내지 못했어요. 끝내고도 스케줄이 좀 있었고 주위에서도 계속 연락이 와서 그랬던 것 같아요. 대본도 아직 집에 널브러져 있고 사진도 그래요. 조금 여유가 생기면 머릿 속으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