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투수들을 질리게 만드는 이용규(36·키움)의 '놀이'가 올해에도 이어진다.
이용규는 그동안 투수를 가장 열심히 괴롭히는 타자 중 한 명이었다. 탁월한 선구안과 커트 능력으로 투수와 끈질기게 승부해 투수의 투구수를 늘렸고, 팬들은 이 모습에 '용규놀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이용규는 타석 당 투구수가 리그 평균(3.89개)보다 높은 4.25를 기록하면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에도 '용규놀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돼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새롭게 입은 이용규는 스프링캠프 동안 진행되고 있는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테이블세터로 출장해 꾸준히 출루에 성공했다.
지난 8일 청백전은 '용규놀이'의 진수가 나왔다. 이용규는 투수 안우진을 만나 빠른공을 잇달아 커트해내면서 괴롭혔다. 안우진과 포수 박동원의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변화구를 총동원해서 8구의 승부 끝에 간신히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용규와 승부를 하면서 진땀을 뺀 안우진은 1회에만 18개의 공을 던져야만 했다.
1회에는 '용규놀이'로 투수를 괴롭게 했다면 3회 중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제 역할을 했다.
이용규를 상대한 안우진은 혀를 내둘렀다. 안우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용규 선배에게 직구, 체인지업, 커브를 던졌는데 다 걷어내시더라. 내가 힘이 빠진다는 걸 느꼈다"고 감탄했다.
키움으로서는 이용규의 이런 모습이 반갑다. 지난해 3할 타율-30홈런을 날렸던 김하성이 빠지면서 타선이 헐거워진 가운데, 이용규가 앞에 서서 타자들의 힘을 빼놓는다면, 어느정도 공백을 채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용규가 산전수전을 겪으며 풍부한 경험을 갖춘 만큼, 젊은 선수의 성장에도 좋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야수뿐 아니라 투수에게도 해당 사항이다. 안우진은 "경기를 마치고 내 공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다"라며 "경험 많은 타자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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