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기사 보고 알았습니다."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두산과의 마지막 시범경기를 앞둔 브리핑. 삼성 허삼영 감독은 "개막 5선발은 이승민"이라고 귀띔했다.
4대1 경쟁의 승자. 2년차 좌완 신예의 깜짝 발탁이었다.
소감이 궁금했다. 잠시 후 이승민이 인터뷰실로 들어섰다.
"통보는 아직 못 받았는데 기사 보고 알았습니다. 아직 좀 얼떨떨한데 그래도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서 던지겠습니다."
아직 앳된 얼굴을 숨길 수 없는 약관의 신예.
허삼영 감독이 높게 평가한 건 부드러운 얼굴 뒤에 감춰진 강인함, 그리고 배짱이었다.
"가장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합니다. 두려움 없이 자기 공을 패기 있게 자신의 의도대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시범경기 방어율과 무관하게 자기 공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고졸 2년 차 신예. 비약적 성장을 이끈 건 입단 첫해 시행착오였다.
"작년에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2군에서는 자신 있게 던지고 좋은 결과가 있었는데요. 1군 데뷔한 뒤 긴장이 많이 돼서 제 공을 못 던졌어요. 첫 승을 하고 나서 그때부터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결 여유로워졌고 자신감이 붙은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두렵다. 그 공포에 발목을 잡히는 사람도 있고, 극한 기억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승민은 후자다.
쓰린 기억을 자양분 삼아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구종을 늘린 건 없고요. 장점인 컨트롤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변화구도 같은 코스에서 스트라이크 넣었다 뺐다할 수 있는 유인구 완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100%까지는 아니지만 80%까지는 만든 것 같아요."
루키 시즌이던 지난해, 첫 술부터 부린 욕심에 발목을 잡혔다. 반복하지 않을 참이다.
"처음부터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구석구석 던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올 시즌에는 맞더라도 자신있게 던지려고 합니다."
이승민은 연습경기 2경기(1선발)에서 4이닝 동안 4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시범경기에서는 지난 23일 키움전에 구원 등판 2⅓이닝 홈런 포함, 3안타 1볼넷으로 2실점 했다. 키움 외인 타자 프레이타스에게 허용한 불의의 홈런 한방이 오히려 정면승부의 필요성을 각성시켰다.
개막 선발 합류. 도전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허삼영 감독은 "이승민이 시즌 끝까지 간다는 건 무리가 될 수 있다. 양창섭 허윤동 등 시즌을 치르면서 상황에 맞게 로테이션에 운용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5선발 경쟁. 이승민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굳이 멀리 보지 않는다.
"(최)채흥이 형이 작년부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이닝을 보지 말고 매 타자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던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올 시즌 목표는 5승입니다. 채흥이 형 말씀대로 한게임 한게임 집중하다보면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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