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트윈스 류지현 감독은 지난 2일 성대한 환송 속에 창원으로 내려왔다.
NC와의 3일 창원 개막전. 감독 데뷔전을 하루 앞둔 객지에서의 하룻밤.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예상과 달리 신임 사령탑에게 특별함은 없었다.
"'잠은 잘 잤느냐'는 질문을 받을 거란 예상을 했어요. 하지만 평상시와 똑같았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깨서 똑같이 준비했어요.(웃음)"
똑같았던 건 류지현 감독의 수면 시간과 루틴 만이 아니었다.
비로 취소된 개막전 라인업.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주전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홍창기(중) 라모스(1루) 김현수(좌) 이형종(우) 채은성(지) 김민성(3루) 유강남(포) 정주현(2루) 오지환(유) 순서. "시범경기 주전 멤버 그대로 냈다"고 했다.
관심을 모았던 정글 같았던 외야 경쟁 속 5명의 주인공.
그 중 김현수 홍창기 이형종이 외야에 배치됐다. 채은성은 지명타자로 출전 예정이었다. 이천웅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파격적 변화는 없었다.
예상가능한 라인업. 류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솔직히 외야 5명을 두고 생각이 많았습니다. 이천웅이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지나치게 판을 흔드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경기 마다 선수의 컨디션과 투수와의 상대성을 보면서 결정하려고요."
이유가 있다. 전임 류중일 감독의 유산에 대한 후임 류지현 감독의 소신이다.
"사실 전임(류중일 감독)께서 지난 3년간 1.5군 선수들을 1군 주전 선수로 만들어주셨거든요. 강팀 뎁스로 팀 컬러를 만들었는데, 이를 흔들어서 혼란을 주는건 좋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시작할 때 중심을 잡아주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통상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하면 이전의 색깔을 지우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자기 색깔을 내는 것이 새로운 리더십의 출발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혁신적 리더십은 선언이나 파격적 액션으로 세워지는 건 아니다.
자신이 없고 조바심이 많을 수록 조급할 수 밖에 없다. 눈과 귀를 막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다 보면 자칫 애써 쌓아 놓은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류지현 감독은 류중일 전 감독이 3년 세월을 자양분 삼아 차곡차곡 세워온 토대 위에 더 큰 그림을 구상중이다.
유(有)에서 유가 탄생한다. 새로움과 창조는 결코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다. 류지현 감독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랜 시간 마련된 좋은 유산 위에 새로움이란 옷을 입히고 싶어한다.
신구의 조화로운 발전, 옛것의 존중 속에 피어나는 새로움. 온고이지신의 순리를 일찌감치 깨달은 류지현 감독이 더 큰 통합의 리더십을 모색중이다. 초보지만 결코 초보답지 않은 넉넉한 품으로 기대감을 품게 하는 뉴 리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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