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미국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뛰었던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록 침묵했지만 추신수(39·SSG 랜더스)의 표정은 밝았다.
추신수는 4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21 KBO리그 첫 경기서 3번 지명 타자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 1도루를 기록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잘 맞은 좌중간 뜬공이 호수비에 막혀 첫 안타 기록에 실패했으나,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홈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SSG는 최 정, 최주환이 각각 홈런 두 방씩을 터뜨려 5점을 책임져 5대3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추신수는 경기 후 "(오늘 내 성적이) 많은 분들이 원하시던 결과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앞으로 희망을 본 것 같다. 두 번째 타석부터 최소 공을 5개 정도는 본 것 같다. 롯데라는 좋은 팀을 상대로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만족스럽다. 선수들도 (승리에) 많이 고무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도루 상황을 두고는 "상황에 맞게 뛰었던 것 같다. 이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2사에서 최정이 잘 치고 있었지만 1점차였고, (도루 성공과 최 정의 안타로) 득점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잘 맞은 타구가 뜬공에 그친 부분을 두고는 "그런 게 과정 아닌가 싶다. 연습 기간이 분명 짧았다. 비록 삼진 두 개를 먹었지만, 좋은 공이었다"며 "결과를 떠나 네 타석에서 쉽게 쉽게 아웃이 안 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추신수는 가래톳(골반 부근) 자극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SSG 김원형 감독도 상태를 체크한 뒤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배팅 훈련 결과 타격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면서 지명 타자 역할을 소화했다. 추신수는 "경기 전에 배팅 훈련을 해봤는데 뛸 만한 상태였다. 좀 더 어렸다면 밀고 나갔을 텐데, 개막전이고 오늘 한 경기로 인해 더 많은 경기를 쉴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해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랜더스필드는 오전 일찌감치 정원의 10%인 2300석의 좌석이 매진됐다. 관중들은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기차 경적 소리로 시작되는 응원가에 맞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정말 생소했다. 그동안 언론, 영상으로 많이 봤지만 사실 미국은 포스트시즌 때가 아니면 선수, 관중 모두 공 하나하나에 반응하진 않는다"며 "모두가 공 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서 포스트시즌을 뛰는 느낌이 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관중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정말 한국에서 뛰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더라. 고교 시절 동대문야구장에서 동료 학생들 응원을 들으며 야구를 했던 게 마지막 기억인 듯 하다. 이런 기분을 느껴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자신의 응원가를 두고는 "시즌 전에 이미 한 번 들었다. 내가 이런 경험이 없다 보니 응원단장님께 전적으로 맡겼다. '어떤 노래든 크게 개의치 않으니 잘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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