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수비 시프트 신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를 선보이며 상대 팀은 물론 취재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 4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개막전에서도 타자에 따라 좌측, 우측 시프트를 다양하게 펼치며 볼거리를 만들어줬다.
이날 경기 전 수베로 감독은 "정규시즌서도 시프트를 적극 구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시범경기와 같은 어프로치(전략)로 간다"고 답했는데, 실제 경기에서 적극적인 시피트를 볼 수 있었다.
수비 시프트는 타자의 타구 방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야수들의 위치를 옮겨 아웃 확률을 높이는 수비 전략인데, 수베로 감독 이전에도 KBO리그에서 널리 쓰인 수비 방법이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한화 야수들은 민첩한 움직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대시, 캐치, 송구 등 안정적인 수비 실력이 눈에 띄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의 시프트 적응 수준에 대해 "80~90% 정도다. 이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상태다. 잘못된 부분은 모니터링을 통해 조정하면 된다"며 "언제 완성된다고 못박을 순 없지만, 많이 올라온 상태"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시프트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베로 감독은 매 경기 시프트에 따른 결과를 데이터로 저장해 경기에 활용한다고 했다. 성공 확률에 대해서는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있는 시점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시절 경험을 토대로 "확률이 높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화의 수비 시프트와 관련해 이날 개막전에서 주목받은 선수가 있다. KT 4번타자 강백호다. 강백호가 타석에 설 때마다 한화는 극단적인 우측 시프트를 구사했다. 3루수 노시환이 2루 뒤쪽 또는 우익수 앞으로 옮겨 타구에 대비한 것이다. 유격수와 좌익수 왼쪽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공간을 노린 덕분일까. 강백호는 이날 2개의 안타를 모두 좌측으로 날렸다. 2회말 첫 타석에선 한화 선발 김민우의 136㎞ 포크볼을 밀어쳐 좌익수 장운호의 왼쪽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4회에는 김민우의 130㎞ 가운데 높은 직구를 밀어쳐 좌전안타를 날렸다. 안타 2개 모두 의식적인 밀어치기가 눈에 띄었다. 강백호는 타석에 설 때마다 3루쪽 기습 번트 자세를 여러 차례 취하기도 했다.
강백호는 경기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해 "일부러 빈 공간을 향해 밀어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 전 "강백호는 워낙 잘 치는 타자다. 작년에 30개 이상의 2루타와 22홈런을 쳤다. 4타석 다 번트를 대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면서 "번트는 그래 봐야 단타 아닌가. 4번타자가 단타 4개를 친다면 그건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의 '바람'대로 이날 강백호의 안타는 모두 단타였고, 실점으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승자는 강백호일까, 수베로 감독일까. 답이 뭐든 분명히 드러난 건 강백호 타격의 천재성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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