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몸과 마음이 고단했을 10년을 이겨냈다. 길었던 갈증만큼이나 큰 환희가 폭발했다. 메이저리그(MLB)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20세기 이래 초유의 신기록을 세웠다.
예르민 메르세데스(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올해 28세의 포수다. 이번 시즌 전까지 빅리그 통산 기록은 2020년 8월 기록한 1타수 무안타가 전부였다. 하지만 2021년은 이미 메르세데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1900년을 기점으로 한 '현대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는 3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 전에 첫 출전, 5타수 5안타(2루타 1) 4타점을 기록했다. 이어 4일 경기에서는 4타수 3안타(홈런 1, 2루타 1) 2타점을 추가했다. 특히 첫 8안타가 '연속 타석 안타'다.
메이저리그 '연속 타석 안타' 기록은 2002년 버니 윌리엄스와 2016년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기록한 11타석이지만, 개막 후 첫 타석부터 8타석 연속 안타는 MLB 역사상 유례없는 말 그대로 '신기록' 그 자체다.
메르세데스는 2011년 워싱턴 내셔널스와 계약하며 청운의 꿈을 품었다. 하지만 도미니카 서머리그에서 3년간 방치된 뒤 방출됐다. 이후 독립리그에서 1년, 마이너리그에서 6년을 머물렀다. 마이너리그에서만 무려 2128타석을 소화했다. 그 사이 소속팀도 MLB 기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쳐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 팀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메르세데스의 포지션이 포수라는 것. 두 차례나 룰5 드래프트로 팀을 옮길 만큼 타격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포수 수비력 평가가 낮은 탓에 좀처럼 빅리그 공기를 맛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닉 앤더슨의 부상을 틈타 생애 첫 빅리그 콜업을 받았지만,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토니 라루사 감독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메르세데스를 26인 로스터에 과감하게 발탁했다. 현재까진 대성공이다. MLB 역대 다승 3위, 감독 데뷔 42년차에 빛나는 '명장' 라루사가 발굴한 또하나의 진흙 속 진주로 주목받고 있다. 팀동료들조차 "연속 안타가 이어질 땐 연장전을 요청하고 싶었다"며 그를 지켜보는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라루사 감독은 9타석 만에 첫 아웃을 당한 메르세데스의 등을 다정하게 두드려줬다. 그는 "화가 난 것 같았다. 그게 승부욕이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태도가 아니다"라는 호평도 덧붙였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도 "대단한 선수"라며 솔직한 감탄을 전했다.
메르세데스는 "8타석 연속 안타를 쳤을 때, 상대팀 유격수(호세 이글레시아스)와 2루수(데이비드 플레처)가 내게 '축하한다'고 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흥분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여전히 수비력은 '수준 이하'라는 평. 앞으로 이를 타격 재능으로 얼마나 메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메르세데스는 "난 내가 출전할 가능성에 늘 대비하고 있다. 지명타자든 포수든, 출전만 기다리겠다. 최선을 다해 임할 뿐"이라며 의지를 거듭 다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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