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타석에 선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타자 데뷔전'을 치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 김광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개막 후 첫 등판이었다. 원래 세인트루이스가 소속된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다. 때문에 투수들도 타석에 선다. 김광현이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타자로도 나설 것으로 예상됐었다. 김광현은 프로 데뷔 전 안산공고 시절 팀의 '에이스' 투수 겸 4번타자로 활약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가 단축 시즌을 치르면서, 내셔널리그도 투수 보호를 위해 한시적 지명타자 제도를 허용했고, 김광현이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다.
올해는 내셔널리그가 지명타자 제도 없이 원래 규정대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김광현에게도 마침내 타자 데뷔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김광현은 선발 투수 겸 9번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전에서 안타는 기록하지 못했고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짧고 강렬하게 첫 경기를 마쳤다.
김광현의 타석은 두번 모두 3회초에 찾아왔다. 3회초 선두타자가 바로 김광현이었다.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 맷 무어를 상대한 김광현은 초구 직구를 지켜본 후 2구째 같은 코스로 들어오는 직구에 날카롭게 배트를 돌렸다. 스윙 스피드가 밀리지 않았다. 타구가 아쉽게 파울 라인을 살짝 벗어났지만, 조금만 더 앞에서 형성됐다면 안타가 될 뻔 한 타구였다. 김광현의 콘택트 능력을 확인한 무어는 3구에는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졌다. 김광현은 떨어지는 너클 커브에 배트를 맞췄고, 아쉽게 투수 앞 땅볼로 잡혔다.
이후 세인트루이스가 무어를 흔들며 3회초 6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타순이 한바퀴 돌아 다시 김광현 차례가 왔다. 2사 주자 1,2루. 무어는 바로 앞 타자 저스틴 윌리엄스를 고의4구로 거르고 김광현과의 승부를 택했다. 그런데 김광현에게 던진 초구가 뒤로 빠지는 폭투가 되면서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주자 2명이 모두 득점권에 진루했고, 결국 김광현 타석 도중 필라델피아가 투수를 교체했다. 무어가 물러나고 조조 로메로가 등판했다. 로메로는 2구 연속 김광현에게 싱커를 던졌다. 김광현은 이번에도 3구째 싱커를 제대로 맞춰내며 3루수 방면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필라델피아 3루수 알렉 봄이 깊은 타구를 잡아 1루에 뿌렸고 그사이 김광현은 빠른 발로 1루에 안착했다. 1루수 리스 호스킨스의 글러브에 완전히 포구되지 않은 송구였다. 내야 안타성 코스였으나 기록원은 결국 3루수 봄의 실책으로 인정했다.
김광현은 4회초 공격때 대기 타석에서 헬멧을 쓰고 다음 타석을 준비했지만 대타로 교체되면서 투구와 타석을 한꺼번에 마쳤다. 타석에서에 대한 기대치도 높인 타자 데뷔전이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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