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신입 외국인 타자 유형에는 4가지가 있다.
①열심히 한다+게다가 잘한다=최상
②열심히 안한다+그래도 잘한다=차상
③열심히 한다+그런데 못한다=차악
④열심히 안한다+못하기까지 한다=최악
①번 유형은 설명이 필요 없다. 팀 안팎으로 사랑을 듬뿍 받는 이상적 외인 타자다.
②번 유형은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야구를 잘하고 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금 못된 면이 있는 악동 유형이 많다. 밖에서 사고만 안치기를 바랄 뿐이다.
③번 유형은 짜증나지만 미워하긴 좀 그렇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걸 보면 짠하기 까지 하다. 그래도 계속 못하면 퇴출은 피할 수 없다.
④번 유형은 구제불능이다. 실력도 없는데 태도까지 문제라면 볼 것도 없다. 이별의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KT위즈 신입 외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32)의 '태도'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비와 주루에서 설렁설렁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 성적도 아직 인상적이지 않다. 팀 안팎에서 자꾸 말이 많아지면 인내심이 금세 바닥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하루 빨리 태도를 바꾸고,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삼성 라이온즈 신입 외인 타자 호세 피렐라(32)는 잘 뽑은 외인이다. 알몬테와 동갑내기에 일본 프로야구 출신. 하지만 경기장에서의 모습은 극과극이다. 그야말로 죽어라 하고 뛴다.
판단이 이르지만 현재까지는 실력도 합격점. 14경기 0.278의 타율과 3홈런, 8타점. 0.463의 장타율에 0.333의 출루율을 기록중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 존재감이 있다. 물론 최종 성적이야 아직 단정 짓기는 힘들다. 각 팀 투수들을 두루 만나볼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
하지만 적어도 '태도'만큼은 최고다.
한국에 오자마자 자기 소개 시간에 노래를 한 곡조 뽑으며 하루 빨리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 신입 외인.
그라운드에 서자마자 공-수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대고 있다. 전력 질주는 기본. 100kg이 넘는 거구에도 불구, 빠른 발로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친다. 틈만 나면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공격적 플레이를 펼친다.
18일 사직 롯데전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피렐라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비록 이날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피렐라는 전력을 다한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5-0으로 앞선 8회초 무사 1,2루. 피렐라가 3루 앞 땅볼을 쳤다. 다른 외국인 타자였다면 병살타가 됐을 타구. 하지만 피렐라는 전력을 다해 1루에서 간발의 차로 세이프 됐다. 2사 3루가 됐을 상황이 1사 1,3루가 됐다.
강민호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피렐라는 거침 없는 폭풍 주루로 들소 처럼 흙먼지를 일으키며 3루까지 달렸다. 보통 다른 외인 타자였다면 2루에 머물렀을 만한 타구. 피렐라의 공격적 주루플레이 덕분에 이원석의 희생플라이로 7점 째를 올리며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피렐라는 몸을 아끼지 않는다. 펜스 플레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박해민 급 캐치 능력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따라가 강한 어깨로 2루에 총알송구를 해 2루타를 종종 단타로 만든다.
허삼영 감독도 "피렐라의 수비 능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발이 빠르고 타구 판단이 좋으며, 송구도 기대 이상"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베네수엘라 출신 신입 외인의 열정 넘치는 플레이는 삼성 선수단 전체에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와 함께 뛰면서 영혼 없는 플레이를 하기는 쉽지 않다. 팀 분위기를 바꿀 만한 기폭제다.
동료와의 화합도 좋다. 피렐라가 첫 홈런을 날렸을 때 팀 동료들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적어도 태도 하나 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는 선수.
허삼영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평가는 이르다. 30경기 쯤 해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신중해 하면서도 "서로 생소할 때 처음 만나면 타자가 불리하기 마련"이라며 시간은 피렐라 편임을 암시했다.
타격감을 조율중인 김동엽과 '신흥거포' 오재일이 합류하면 본격화 될 분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삼성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태도를 갖춘 선수. 과연 피렐라가 실력에서도 완벽한 적응으로 '예의 바른 나바로'가 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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