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40년 KBO리그에서 이런 장면은 없었다. 두 살 터울의 형제가 '아버지의 환갑'과 '어버이날'을 뜻깊게 빛냈다.
KBO리그에는 수많은 형제 선수가 있었다. 1994년과 1995년 윤동배-형배(이상 롯데) 형제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경기에 등판했고, 2020년에는 유원상(KT)-민상(KIA) 형제는 투수와 타자로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많은 형제들이 KBO리그에 자취를 남겼지만, 9일 전까지 나오지 않은 한 장면이 있었다. 선발 투수의 맞대결이었다.
KBO리그 역사 40년 만에 형제의 선발 투수 대결이 성사됐다.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SSG는 선발 투수로 김정빈을, 키움은 김정인을 내세웠다. 김정빈은 김정인의 두 살 터울 형이다.
KBO리그에 한 획을 긋게 된 두 형제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동생이 나보다 키도 크고 눈도 크다", "형이 모든 부분에서 더 좋은 실력을 가졌고 운동 신경도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며 우애를 과시했지만, 승부 앞에서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김정빈은 "설렘 반 긴장 반이다. 가족이고 동생이지만 야구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 이기고 싶고, 최소 무승부는 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정인 역시 "프로야구 역사 상 첫 형제 맞대결을 펼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팀 승리를 위해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형제에게 있어 이날 등판은 단순히 KBO리그 최초 타이틀을 넘어선 의미가 있었다. 이날은 김정빈-정인 형제의 아버지의 환갑이었다. 하루 전인 8일에는 어버이날이기도 했다. 비록 자리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프로 무대에서 나란히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며 부모님께 잊지 못할 선물을 남기게 됐다.
경기 전에도 둘은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들 둘을 프로 선수로 키워낸 만큼, 남다른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있었다. 김정빈은 "기대보다는 걱정을 더 하시는 거 같다. 둘이 안 붙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신 거 같다. 걱정마시고 재밌게 보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정인 역시 "야구장에 오시지는 않고, TV 중계로 보실텐데, 어버이날인 만큼 좋은 경기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결과는 형의 판정승. 김정빈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김정인은 수비 실책 등이 겹치면서 3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6회 동점이 되면서 김정인도 패전을 면했다.
김정빈은 경기를 마친 뒤 "오늘 아버지께 생신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두 아들이 결과에 상관없이 둘 다 1군에서 맞대결을 할 수 있어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행복하다고 전하고 싶다"라며 "직접 찾아뵙진 못했지만 이렇게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정빈은 "오늘 동생과의 경기라 첫 등판보다는 초반에는 긴장이 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정신차리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다. 무엇보다 오늘 마운드에서 후회 없이 내공을 던지려고 노력했다"라며 "다시 대결하게 된다면 오늘보다 더 재밌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대결에서는 둘 다 5이닝 이상을 피칭해서 좋은 투수전을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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