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KBO리그에 안긴 충격은 엄청났다.
리그 역사상 첫 메이저리그(MLB) 출신이자 외국인 사령탑(재일교포 제외)이었다. 야구 철학도 독특했다. 차갑고 침착한 승부사보다는 활기찬 다혈질의 면모가 돋보였다. 번트를 대지 않는 빅볼, 두려움 없이 휘두르고 달리는 '노 피어(No Fear)' 정신은 부산 팬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잊혀질만하면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 보기드문 3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룬데다, 로이스터의 뒤를 이은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들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 또는 자진 사임했기 때문이다.
그 수는 총 6명에 달한다. 양승호 김시진 이종운 조원우 양상문, 그리고 11일에는 허문회라는 이름이 새롭게 새겨졌다. '감독들의 무덤'이란 말이 새삼 와닿는 이유다.
양승호 김시진 전 감독은 2년, 이종운 전 감독은 1년만에 팀을 떠났다. 조원우 전 감독은 2년 계약을 마친 뒤 3년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정작 1년만에 교체됐다. 양상문 전 감독도 창단 이래 첫 꼴찌라는 불명예 속 롯데 유니폼을 벗어야했다. 3년 계약을 맺었던 허문회 전 감독 역시 1년반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비록 롯데가 최하위로 처져있지만, 1위 삼성과 아직 6경기반 차이인 만큼 성적 문제는 아니다. 롯데와 허문회 전 감독의 결별은 결국 1~2군 선수단의 운용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는 "유망주가 가득하다"고 자신한다. 반면 허문회 전 감독은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은 믿고 맡겨줘야한다"며 주전 중심의 야구를 펼쳤다.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수 기용 논란이 벌어졌다. 허문회 체제에서 성장한 젊은 선수는 한동희 정도다. 그나마 한동희는 전임 양상문 감독 때부터 주전으로 밀어주던 거포 유망주였다.
한때 롯데 토종 에이스였던 장시환을 내주고 데려온 포수 지시완은 2년간 단 4타석에 불과하다. 내야수 김민수는 지난해 10타석, 올해 22타석의 기회를 받는데 그쳤다. 시즌초 맹타를 휘두르던 추재현은 큰 이유없이 주전에서 제외된 끝에 타격감을 잃고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투수진은 더했다. 경질 직전에야 나균안 박재민 등 2군 선수를 올려쓰는 무브가 보였을 뿐, "지금 좋은 선수는 1군에 다 있다"는 게 기본적인 허문회 전 감독의 마인드였다. 구승민 박진형 등 부진한 선수들에게 끝없는 신뢰를 줬다.
결국 롯데는 감독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11일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을 대행 아닌 신임 감독으로 정식 선임했다. 돌고 돌아 11년만에 다시 외인 사령탑이다.
롯데 관계자는 "서튼 감독과는 그동안 우리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1년반 넘게 꾸준하게 이야기를 해왔다. 2군 선수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서튼 선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향후 롯데 1~2군의 선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서튼 감독은 부임 첫날부터 로스터를 변경했다. 신인 투수 송재영 정우준, 신예 외야수 신용수가 새롭게 등록되고, 김재유 배성근이 내려갔다. 코치진 역시 박종호 수석과 윤재국 주루 코치가 말소됐고, 대신 문규현 퓨처스 수비코치가 콜업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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