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이달부터 금연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울 때마다 '코로나19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번이 금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A씨는 금연 보조제도 잔뜩 구매하고,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아봤지만 역시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흡연자 대부분이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단순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담배와 작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희열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코로나19 시대, 흡연자가 특히 위험
지난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추가했다. 전 세계 문헌과 각국의 권고사항을 검토한 결과, 흡연자는 폐 기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19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에 흡연 여부를 포함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금연 상담전화 ▲금연 지원서비스 ▲금연 보조제와 같이 검증된 방법을 통해 즉각 금연할 것을 권고했다.
흡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행동이다. 흡연실처럼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울 때, 코로나19에 감염된 흡연자가 내뿜는 숨에 비말이 섞여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손을 입에 가져다 대는 행동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증가시킨다.
여기에 담배 속 수많은 독성물질은 폐, 심혈관, 면역기능을 손상시켜 코로나19 감염률을 높인다. 실제로 생물학 분야 저널 '디벨롭멘탈 셀'에 등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할 때 통로가 되는 'ACE2' 수용체의 발현율이 높아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하다. 흡연은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질환, 암, 당뇨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증 이상으로 악화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미국의사협회(JAMA) 내과학저널에 따르면, 흡연자는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2배가량 높다.
약물치료 시 금연 성공률 3배 증가
금연을 시작하면 체내 니코틴 공급이 중단되면서 ▲짜증, 우울, 신경과민 등 심리적 변화 ▲배변 장애 ▲소화 장애 ▲공복감 ▲잦은 기침 ▲두통 ▲불면증 등 다양한 금단 증상이 수주에서 수개월간 지속된다. 잠깐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사실 금단 증상은 건강을 되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흡연자 대부분이 금단 증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담배를 찾는다.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니코틴 중독' 때문이다.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체내의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수치를 높인다. 오랜 기간 흡연하면 니코틴 수용체 수가 점차 늘어나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니코틴 중독이 발생한다. 이렇게 늘어난 니코틴 수용체 수가 흡연 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금연을 선언한 많은 흡연자가 이 기간을 참지 못해 금연에 실패한다.
박희열 교수는 "니코틴은 마약과 비슷한 수준의 중독성을 지닌 물질"이라며,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이른바 '골초' 흡연자는 혼자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5% 미만"이라고 말했다. 특히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분 안에 담배를 피우는 경우엔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는 먼저 니코틴 의존도 검사를 통해 현재 니코틴 중독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니코틴 대체요법 ▲약물요법 ▲인지행동요법 등 개인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가정의학과 박희열 교수는 "약물치료는 금연 성공률을 3배 높이는데, 전문의 상담을 병행할 경우 금연 성공률이 추가로 1.3배 높아진다"며, "금연을 결심했다면 금연 클리닉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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