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속이 상해서였다. 결과는 좋았지만 과정은 여전히 불만족.
삼성 라이온즈 좌완 최채흥(26)은 지난해 11승을 거두며 '푸른 피 미래 에이스'라 불렸다. 국내 선발투수가 귀한 상황에서 자기 몫을 안정적으로 해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자원이었다. 올시즌 복사근 부상으로 시즌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아직은 아쉬움의 연속이다.
지난 9일 롯데 자이언츠에서 시즌 첫 선발등판을 했고, 이후 3경기 동안 승이 없었다. 실점은 계속 쌓이고, 지난 2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최채흥은 네 번째 선발등판만에 1승(2패)을 거뒀다. 5이닝 동안 8안타 3실점. 여전히 아쉽다.
웃을 수 없었다. 최채흥은 30일 "한숨도 못 잤다. 낮경기여서 아침에 출근을 해야하는데 5시까지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눈을 감으면 강민호 형 미트가 보이고, 가운데 던진 볼이 생각났다. 3회부터는 어떻게 던졌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팀은 16대4 대승을 거뒀지만 본인의 활약에 대해선 속이 상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팀타선이 많은 득점을 해줬지만 외야 호수비 3개가 아니었다면 5회를 채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따끔한 지적을 했다. 이어 허 감독은 "조금씩 구위가 올라오고, 경기운영을 잘하는 선수이니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며 덕담을 곁들였지만 최채흥의 현 모습은 냉정하게 볼때 불만족 투성이다.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7.52. 지난해 26경기에서 146이닝을 던지며 11승6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던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최채흥은 본인의 현 상태를 지난해에 비해 60% 정도라고 했다. 실망감이 팍 주저앉은 수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체력보다는 밸런스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원하는 곳에 볼을 뿌리지 못하는데, 포인트를 찾아야한다.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개막 4연패에 빠지며 최악의 스타트를 했지만 이후 빠르게 반등,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채흥이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은 순항했다. 그가 돌아오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체감할 정도의 보탬은 아니다.
그나마 팀이 버티는 있어 마음부담이 덜 했을까? 최채흥은 "팀이 잘나가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부담이 더 컸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좀더 달아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책을 이어갔다. 최채흥은 편하게 임하라는 강민호 등 팀선배들의 조언을 떠올리며 야수들에게 수차례 고마움을 전했다.
"득점을 해주고, 좋은 수비를 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내가 존재한다. 늘 감사하다."
대구=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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