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모여있을 때는 미처 몰랐다.
이렇게 무서운 선수들인지를….
'두산 왕조' 출신들이 리그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하위권이던 팀의 약점을 메우며 촘촘 순위 경쟁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삼성 주포 오재일이다.
왼손 거포 1루수가 절실했던 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하고 있다.
지난 2일 인천 SSG전. 다 질 뻔 한 경기를 되살린 주인공은 피렐라와 오재일이었다.
피렐라가 찬스를 만들면 오재일이 해결하는 그림. 오재일은 1-5로 크게 뒤진 3회 추격의 투런포에 이어 4회 좌중월 적시 2루타로 단숨에 4-5를 만들었다. 김동엽의 동점 적시타, 김헌곤의 역전 적시타가 잇달아 터졌다. 결국 삼성은 8대7 케네디 스코어로 승리했다. 만약 패했다면 3연패. 3일 경기가 비로 연기된 점을 감안하면 내리막 사이클을 탈 뻔 했다.
그 중요한 경기에서 오재일이 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을 몰아 때리며 기어이 팀에 승리를 안겼다.
부상으로 시동을 늦게 걸었지만 따뜻해질 수록 특유의 몰아치기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타율을 0.273으로 끌어올렸다. 홈런도 어느덧 8개, 타점은 22개다. 장타율이 0.563에 달한다.
오재일은 더워질 수록 뜨거운 타자.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농담 섞인 자신감이 듬직하다. 만년 하위팀이던 삼성이 많은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는 오재일의 공-수 활약이 숨어 있다.
SSG의 돌아온 해결사 최주환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한참 좋을 때 팀 순위를 바짝 끌어올렸지만, 부상으로 한달여 공백을 가졌던 이적생.
박종훈 르위키 등 주축 투수 2명의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가장 어려운 순간 다시 해결사로 돌아왔다.
복귀 후 떨어졌던 타격감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2일 삼성전에는 7-8이던 9회말 1사 2루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큼직한 파울 홈런과 선상 2루타성 파울을 잇달아 날리며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 1루를 보던 오재일은 "뭔가 칠 것 같더라. 상대로 만나니 무섭던데요"라며 친한 옛 동료를 상대팀에서 지켜 봐야 하는 생소한 긴장감을 전했다.
두 선수는 1일 모처럼 반갑게 해후했다.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서로 아팠던 터라 몸 상태 괜찮냐고, 몸 관리 잘 하자는 얘기를 했다"는 전언.
또 다른 두산 왕조 출신 이적 FA 이용찬은 NC 다이노스 새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준비 중이다.
부상 후 구위를 회복한데다 산전수전 다 겪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라 NC 불펜진에 큰 힘을 불어넣을 전망.
정든 두산을 떠난 선수들. 친정 식구들을 적으로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이용찬은 "야구장에서 두산 식구들을 만나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재일 역시 "상대로 만나면 기분이 이상한 것 같다.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고 표현했다.
기기묘묘한 기분 속에 옛 동료를 만나는 두산 왕조 출신 이적생들. 뿔뿔이 흩어져 현 소속팀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는 이들이 리그 전체의 전력 평준화를 이끌며 게임 체인저로 맹활약 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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