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베테랑 선발 백정현(27)은 무표정의 천사다.
호수비에 환호하는 투수들과 다르다. 그저 표정 없는 무심한 눈길 한번 보내며 누가 볼세라 조용히 주먹 한번 쥐었다 빨리 펴는 것이 그라운드 내 고마움 표시의 전부다.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를 표정으로는 도저히 구분해낼 수 없다. 얼핏 무뚝뚝해 보이지만 실제 모습은 천사 같은 마음씨의 소유자.
실력도 최강이다. 좌완 에이스 백정현은 요즘 '백쇼(백정현+커쇼) 모드'다.
지난달 말부터 완벽하게 살아났다. 최근 4경기 24⅔이닝 단 1실점. 5월26일 창원 NC전 1회 1사에 이명기에게 솔로홈런을 내준 이후 23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월 들어 0의 행진. 13일 대구 NC전에도 이어졌다. 비록 위기는 많았지만 집중력 있게 무실점으로 넘겼다.
6이닝 동안 2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 2-0으로 앞선 7회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지만 곧바로 5연속 4사구란 믿을 수 없는 제구 난조 속에 백정현의 승리를 날렸다. 만약 승리했다면 3연승으로 시즌 6승째(4패).
FA 재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백정현으로선 살짝 아쉬울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무표정의 백정현은 속 깊은 천사였다. 아쉬움 보다 고마움을 이야기 했다.
경기 후 "공이 조금씩 빠지면서 볼이 많이 나왔다.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원석이 형, 상수 등 수비 도움으로 큰 위기 없이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등판 때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신을 잘 리드해준 강민호 선배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표했다.
쑥스러움에 그라운드에서 직접 표현하지 못해도 포수와 수비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자신의 승리를 놓쳤지만 오히려 9년 간 퓨처스리그에서 고생한 끝에 감격의 데뷔 첫승을 거둔 늦깎이 후배 이재익(27)을 먼저 챙겼다.
9년 차 좌완 이재익은 2-3으로 뒤지던 8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삼진 1개를 섞어 씩씩하게 범타 처리하고 감격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백정현은 "그동안 고생한 재익이가 드디어 첫 승을 기록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정현의 이 정도 표현을 의역하면? "내 승리보다 더 기쁘다"는 진심 어린 기쁨의 표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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