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인터뷰할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 내가 최고참인데, 후배들이 다 같이 기뻐해줘서 고맙다. 너무 미안했는데, 감동받았다."
올해 데뷔 19년차, 최고참 유한준(41)을 제외하면 팀내 최고령. 올해 유례없는 부진에 직면한 박경수(37·KT 위즈)는 그래서 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다.
KT는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전에서 소형준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허도환의 동점타, 강백호의 역전 결승타, 그리고 박경수의 쐐기포를 앞세워 4대1로 승리, 2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1할7푼7리, OPS(출루율+장타율) 0.624를 기록중이던 박경수의 속내는 복잡했다. 박경수는 히어로 인터뷰에 앞서 깊은 상념에 잠겼다.
"사실 치고 달리기 작전 사인이 났다. 병살타를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베테랑은 작전 성공률이 높으니까. 박치국이 킥을 엄청 크게 하더라. 직구가 150 가까이 나오는 투수라 체인지업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체인지업이 왔고, 애써 공을 맞췄더니 홈런이 됐다. 팀이 이겼는데 자존심은 필요없다. KT는 그런 분위기의 팀이다."
최근 KT는 유한준 장성우 김병희 문상철 등 많은 선수들의 줄부상에 직면한 상황. 더욱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경수는 "기분이 되게 좋다. 당연히 팀으로 보면 손해가 크다. 빨리 돌아와줘야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신 올라온 선수들이 정말 잘해준다"면서 "허도환이 나랑 동갑인데, 장성우 빠진 자리에 정말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 강민국도 그렇고. 그런 분위기를 타면 또 즐겁게 야구할 수 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천하의 박경수도 그 자신이 긴 슬럼프에 빠져있는 상황. 박경수는 "감독님, 다른 선수들, 팬분들, 얼굴을 못보겠더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홈런은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박경수는 뜻밖의 에피소드를 꺼냈다. 경기전 조용호가 자신의 홈런을 예언했다는 것.
"(조)용호가 와서 '형 제가 약간 (신)기가 있어요. 형 오늘 나가야돼요. 오늘 나가면 홈런 칠 거 같아요. 그러더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 홈런이 나왔다. 아까 더그아웃에서 날 반기는 선수들 끝에 용호가 눈을 이만하게 뜨고 날 보면서 '제 말이 맞잖아요!' 하더라. 그래서 포옹해줬다. (유)한준 형이 빠져있어서 내가 최고참인데, 모든 선수들이 너무 좋아해줘서 감동받았다. (황)재균이도 '나 오늘 4타수 무안타인데 너무 좋아' 그러고…더 미안하고 감사하고 고맙다."
박경수는 "타격코치님이나 전략분석팀과 의논해보면, 아직 배트 스피드는 괜찮다고 하더라. 최대한 간결하게, 조금더 컴팩트하게 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는 과정에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내가 봐도 바보 같았다"면서 "좀더 확실히 내 것을 정립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납득이 되는 타석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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