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선발 투수는 임기응변의 자리다.
이닝에 따라,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끊임 없이 변화해야 한다.
투수의 주무기가 늘 좋을 수는 없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속절 없이 무너지는 투수가 있고, 꾸역꾸역 버티는 투수가 있다.
100%가 아닐 때 마운드 위에서 버텨내는 능력. 에이스의 조건이다.
토론토 류현진이 이 같은 에이스 덕목을 제대로 보여주며 시즌 6승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각)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올시즌 14번째 경기. 이전 3경기에서 5홈런을 허용했던 류현진. 장타력이 좋은 볼티모어 타선을 상대로 홈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0-0에서 1회말 1사 후 2번 만치니에게 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7구째 체인지업이 우타자 몸쪽으로 말려들어갔다. 만치니가 낮은 공을 퍼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올시즌 12번째 피홈런.
경기 초반 주무기 체인지업 제구가 흔들렸다. 인터뷰에서 스스로 "체인지업 제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을 정도. 대체 변화구로 커브를 선택했지만 곧바로 마운트캐슬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등 썩 효과적이지 않았다.
흔들린 오프스피드 볼. 선택은 빠른 볼 위주의 피칭이었다.
다행히 최근 등판 중 하이 패스트볼과 커터 위력이 가장 좋았다. 패스트볼 최고 스피드가 근래 보기 드물게 93.6마일(약 151㎞)까지 찍혔다.
2회 1사 후 커브를 던지다 갈비스에게 3번째 안타를 맞자 패턴을 바꿨다. 하이패스트볼과 커터 등 빠른 공 위주로 공격적인 피칭을 전개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5회 2사까지 10타자 연속 범타가 이어졌다. 그 중 4개가 삼진이었다. 2개가 포심패스트볼, 나머지 2개는 커터로 뽑아낸 탈삼진이었다. 5회 2사 후 볼넷 1개를 제외하곤 18타자 연속 무안타로 이날의 임무를 마쳤다.
상대 타자들이 한바퀴 돌아 빠른 공 승부 패턴을 간파할 무렵 류현진은 5회 2사 후 빠른공 승부 끝에 세베리노에게 이날 첫 볼넷을 내줬다. 류현진은 또 다시 패턴을 바꿨다.
자제하던 체인지업과 커브를 슬그머니 섞었다. 좀처럼 안 던지던 커브로 발라이카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6,7회 류현진은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볼티모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연속 삼자범퇴를 잡아냈다. 7이닝 동안 100구(스트라이크 67개)를 던지며 3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3.43이던 평균자책점을 3.25로 낮췄다.
류현진은 이날 좌우로 넓은 주심의 광활한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 활용하는 영리한 피칭으로 볼티모어의 장타를 억제했다. 류현진이 내려가기 무섭게 볼티모어는 8회 2개의 홈런을 날리며 추격전을 펼쳤다.
얼굴을 찡그릴 만큼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류현진. 적극적인 변화를 택한 결과는 달콤했다.
불펜이 또 다시 불안했지만 결국 7대4 승리가 완성됐다. 상황에 따른 적절한 변신 능력으로 3전4기 시즌 6승째를 수확하는 순간이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경기. 류현진이 왜 메이저리그 최고 레벨의 에이스인지를 제대로 입증한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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