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는 꽤 '타이트'한 리그다.
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아, 매경기 치열한 경기가 펼쳐진다. 그렇다보니 한골이 주는 의미가 클 수 밖에 없고, 넣는 것보다는 먹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경기가 많다. 물론 그라운드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재미가 숨어있지만, 축구의 꽃인 '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살짝 아쉬운 게 사실이다. 0대0 축구도 매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골이 많이 터지는 것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부산 아이파크는 돌연변이에 가깝다. 많이 먹기도 하지만, 많이 넣는다. 부산은 리그 최다득점(26골), 리그 최다실점(28골)을 기록 중이다. 때문에 부산의 경기는 매 경기 난타전 양상으로 진행된다. 부산식 공격축구가 자리잡은 지난 5월 대전 하나시티즌전(4대1 승)을 시작으로 최근 6경기에서 16골을 넣었다. 최근 3경기는 부산식 공격축구의 정점이었다. 부산은 경남FC와의 15라운드(2대3 패)와 안산 그리너스와의 16라운드(3대2 승)에서 모두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펠레스코어를 연출했다.
백미는 20일 FC안양과의 17라운드였다. 스코어는 5대4, 안양의 승리. K리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결과였다. 무려 9골이나 주고 받은, K리그2 한경기 최다득점 타이 경기였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대난타전, 지켜본 관중,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흥미로운 경기였다. 패배는 쓰라렸지만, 지켜본 홈팬들도 박수를 보냈고, 부산 관계자도 "이런 경기하고 지면 괜찮다"고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경기 전 사전인터뷰에 나선 페레즈 감독은 "팬들에게 좋은 쇼를 보여야 한다. 5대4가 1대0 보다는 더 재미있는 쇼"라고 했다. 그가 말한 바로 그 스코어였다. 물론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팬들에게 재미있는 쇼를 선사한 것만은 분명했다. 페레즈 감독은 마지막 경기 운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이런 공격축구를 하고 싶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병준 김진규 이상헌 박정인 등을 앞세운 부산의 공격축구는 분명 매력적이다.
부산은 지난 몇년간 승격과 강등을 오갔다. 나쁘지 않은 멤버를 구축했지만, 색깔이 애매했다. 팀만의 컬러가 없다보니, 성적에 부침이 있었다. 부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르투갈 출신의 페레즈 감독을 선임했다. 드문 골키퍼 출신에, 이렇다할 감독 경험이 없는, 게다가 리그 유일의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페레즈 감독은 자신만의 철학에 따라 묵묵히 길을 걷고 있다. 공격축구와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강조하며, 팀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물론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빠르고 화끈한 축구라는 확실한 색깔을 빠르게 입히고 있다.
보완할 점도 많다. 수비는 여전히 불안하고,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경기운영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페레즈 감독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승격이라는 단기 목표를 위해 타협하지 않겠다는 게 페레즈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서 영입 보다는 기존 선수들 육성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과정과 결과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적어도 팬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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