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쳤을 때는 홈런인지 몰랐다. (애런)알테어가 등을 돌리는 걸 보고 아 넘어갔구나, 생각했다."
데뷔 첫 홈런. 그것도 1군 콜업 이후 11타수 1안타의 부진을 끊어낸 한 방이었다. 하지만 나승엽은 뜻밖에도 덤덤했다.
롯데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에 13대7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4월 30일 이후 54일만에 리그 8위로 올라섰다. 시즌 26승 38패를 기록, 오랜만에 승률도 4할대로 끌어올렸다.
메이저리그까지 꿈꿨지만, 코로나 여파 속 KBO리그 잔류를 택했다. 10개 구단의 눈치 보기 끝에 2차 2라운드에 롯데의 지명을 받았지만, 1차 지명(손성빈) 2차 1라운드(김진욱)보다 큰 5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그보다 더 큰 기대감도 함께였다.
롯데 내야는 빡빡했고, 외야는 도전이 쉽지 않았다. 1군 합류까지의 길도 험난했다. 가까스로 '3일 출전' 약속 하에 올라온 1군. 약 3주간 타율 2할6푼8리(41타수 11안타)를 기록했지만, 5월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나승엽의 2군행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서튼 감독은 '빠른 카운트에 적극적으로 치는 걸 연습하라'고 지시했다. 고교 시절부터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던 습관을 완전히 바꿔야했다.
지난 15일, 다시 1군으로 돌아온 나승엽은 달라져있었다. 카운트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익숙하지 않은 타격에 11타수 1안타의 부진이 뒤따랐지만, 타구 질이 좋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뒤따랐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나승엽은 "요즘 잘 맞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 잡히긴 해도 자신있게 쳤다. 치려고 하니 안 좋은 공도 잘 보이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1군은 승리를 해야하는 곳"이라며 신인다운 면모를 보이다가도 "처음 1군 왔을 때는 성적에 쫓겼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았다"며 베테랑 같은 말도 덧붙였다.
이날 나승엽은 2점 홈런과 2루타, 2타점 적시타를 차례로 때려냈다. 마지막 타석에 3루타면 힛포더사이클(한 경기에 1, 2, 3루타와 홈런을 모두 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승엽은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타석에선 아무 생각 없었다. 치자마자 아웃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우익수 쪽으로 잘 맞은 타구를 때렸지만, 나성범의 점프 캐치에 막혔다.
나승엽의 주 포지션은 3루다. 한동희와 안치홍 등 부상중이던 베테랑 내야수들이 복귀하면 내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다.
하지만 나승엽은 자신만만하다. 남은 시즌 목표로는 '꾸준한 출전'을 언급했다. "데뷔 첫 안타보다 오늘의 첫 홈런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말에는 슬러거를 꿈꾸는 젊은 3루수다운 속내가 묻어났다.
"우리가 경쟁할수록 팀은 더 강해지는 법이다. 나도 경쟁은 자신있다. 올시즌 목표는 두자릿수 홈런이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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