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불신의 시대. 치러야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전격 시행된 부정 투구 단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투수가 투구하는 손에 이물질을 묻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검사한다. 투수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유니폼 하의까지 내리며 반발하고 있다. 오클랜드 불펜투수 로모는 23일(이하 한국시각) 텍사스와의 원정경기 7회에 심판이 다가오자 글러브를 팽개친 채 바지를 내리며 항의했다.
특히 상대 벤치의 요청으로 검사가 이뤄질 경우 투수들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투구 리듬을 끊기 위한 의도된 악의적인 어필이라고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워싱턴의 에이스 슈어저는 23일 필라델피아와의 원정경기 4회에 상대 벤치의 조 지라디 감독의 요청으로 이날 3번째 불심검문이 이뤄지자 폭발했다. "모두의 안테나가 높게 뻗어 있는 이런 상황에 이물질을 쓸 바보가 어디있느냐"며 벨트를 풀어 항의표시를 했다.
5회를 마친 슈어저는 필라델피아 덕아웃을 계속 노려보며 퇴장했다. 상대 벤치를 향해 모자와 글러브를 들어올리며 결백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필라델피아 덕아웃이 소란스러워졌다. 코칭스태프들이 고함을 질렀다. 격분한 지라디 감독이 거친 말과 함께 뛰쳐나왔고 결국 심판에 의해 퇴장당하고 말았다.
가재는 게 편이다.
이날 김하성에게 홈런을 맞은 LA다저스 에이스 커쇼가 슈어저 편을 들고 나섰다. 커쇼는 "투수의 결백이 입증되면 문제를 제기한 감독에게 페널티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수의 리듬을 끊기 위해 악의적으로 부정투구를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번 흐트러진 투구 리듬을 곧바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커쇼의 주장.
당분간 이런 해프닝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호투하는 상대 투수를 흔들기 위해 부정투구 항의를 악용하는 상대 감독도 있을 것이다.
이물질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 가운데 부상 위험에 노출된 투수들은 무척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미끄러운 공 표면으로 인해 몸에 맞는 볼도 늘어날 수 있다.
여러모로 양 팀 벤치의 신경전이 가열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셈.
메이저리그에 도래한 불신의 시대. 신뢰가 깨진 사회는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나기 마련.
사인 훔치기로 우승을 도둑질 했다는 비난을 받는 휴스턴 사건의 여파 속 빅리그에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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