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완성된 집이 나올거다."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롯데 자이언츠나 KIA 타이거즈와 다른 것은 '리빌딩'을 공식 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시즌 개막 이전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화를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꼽은 전문가 또는 언론매체는 거의 없었다. 한화 구단도 2~3년 앞을 내다보고 미국 마이너리그 감독과 메이저리그 코치를 지내며 육성 부문서 커리어를 쌓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리빌딩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해도 기본적인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작업은 탄력을 받기 어렵고 효과도 반감된다. 한화는 지난 27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투타에 걸쳐 무기력증을 드러내며 1대11로 크게 졌다. 8연패를 당해 26승44패로 승률이 3할7푼1리로 더욱 떨어졌다. 지난 4월 29일 8승14패(0.364) 이후 최저 승률이다. 그러나 22경기를 치른 시점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반등의 기회마저 사라질 위기다.
수베로 감독도 연패가 길어지자 맥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이날 경기 전 브리핑을 위해 인터뷰실을 찾은 수베로 감독은 "오늘 베네수엘라가 이겼으면 베네수엘라 티셔츠를 입고 자랑했을텐데, 져서 그냥 왔다"며 한숨 섞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베네수엘라 대표팀이 이날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는 소식을 전한 것인데 유쾌한 성격의 그가 다른 이야기로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했지만, 허탈하고 무기력한 표정까지 감추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시즌 도중 선수단 운영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 건강한 베테랑을 쓰되 유망한 선수들을 끊임없이 기용하겠다는 운영 방침엔 변함이 없다. 이날 한화는 외야수 김민하와 노수광 2명을 말소하고 외야수 장지승과 투수 김종수를 1군 등록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민하와 노수광 대신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초 박정현 유장혁 임종찬 등에게 100타석 이상의 기회를 줬지만,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와 2군으로 보냈다. 이후 1군 베테랑들에게 기회를 줬는데 마찬가지로 능력을 보여줄 100타석의 이상의 시간을 줬는데 나온 게 부족했다"며 "때마침 2군 유망주들이 준비됐다고 판단해서 오늘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조한민을 예로 들며 "타율은 낮지만 잠재력과 성장 가능이 보이는 선수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비춰 마땅하다"고 했다. 결국 끊임없는 선수단 교체와 유망주 발굴을 이어갈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화의 부진은 예상된 바이기는 하나 그 '정도'를 심화시킨 건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기본기 부족, 특히 언어가 다른 코칭스태프와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 때문이다. 팀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수베로 감독의 의지가 선수단 이곳저곳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리빌딩은 인내의 작업이다.
수베로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올해 리빌딩 시즌이라고 했지만, (부진을)예상한 부분도 있다. 윈터리그하고는 다르다. 여기도 나름대로 빅리그다. 신인과 트레이드, FA 영입을 하지만 하위레벨 리그보다 시간이 걸리는 게 있다"면서 "집 지을 때 벽돌을 계속 쌓아가 듯 언제가는 완성된 집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순위표에 얽매이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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