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례적인 선수를 향한 강한 질책. 기대가 컸던 만큼 사령탑은 더욱 냉정하게 칼을 뽑았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는 지난달 2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고, 크게 아픈 곳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말소는 '태도'로 이뤄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본인이 피곤하다면서 쉬고 싶어하니 푹 쉬라고 했다. 여기는 팀이고 다른 선수들도 있다. 그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된다면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으로서도 큰 결심이었다. 타선에서 박건우가 있고 없고의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많은 부상 선수의 발생으로 백업 선수가 많이 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순위 싸움으로 바쁜 상황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를 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박건우는 열흘의 시간을 보낸 뒤 1일 콜업됐다. 돌아온 박건우는 큰 흔들림 없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몫을 해냈다. 복귀 후 2경기 연속 적시타를 치는 등 팀에서 필요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도 "사실 경기장에서 움직이는 건 걱정할 게 없었다. 에너지 넘치게 잘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태형 감독은 "요즘은 선배가 후배들에게 강하게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손에 피 안 묻히려고 모른 척 하고 코치를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코치들은 다독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그래서 악역을 맡았다. 안 하고 후회를 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단순히 선수를 향한 비난이 아닌 박건우를 향한 남다른 애정과 기대도 함께 깔려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사실 선수가 144경기를 모두 뛰는 게 쉽지는 않다"며 운을 떼며 "그러나 (박)건우가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시즌 전에도 건우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뺐다'와 같이 둘러서 이야기할 수 도 있었지만, 일부러 세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야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건우와 7년 째 함께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장난도 치고 한다. 우승했던 멤버 모두 애정이 있다"라며 "사실 지금 두산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별로 없다.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팀에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박건우의 모습을 바랐다.
광주=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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