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메이저리그(MLB) 16년의 노하우가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KBO리그로 돌아온 추신수(39·SSG 랜더스)가 헤라클레스마냥 눈앞의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다.
추신수가 부딪친 첫번째 문제는 뜻밖에도 잘 맞지 않는 방망이였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기억하는 국내 야구팬들은 추신수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기대하고 또 걱정했다.
하지만 개막 첫달 추신수는 타율 0.237에 그쳤다. 타율 대비 1할4푼이나 높은 출루율(0.379)과 만만찮은 장타율(0.434)를 앞세워 0.8이 넘는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5월에는 OPS를 0.841로 더 끌어올렸지만, 타율은 0.229로 더 내려갔다. 선구안이 여전한 만큼, '공이 너무 느려서 못치는 게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
무엇보다 과도할 만큼 우측으로 기울어진 시프트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올시즌 KBO리그 외국인 감독이 3명으로 늘면서 극단적인 시프트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롯데의 경우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3루수가 기존의 유격수 위치보다도 조금 더 2루에 가깝게 자리잡는다. 유격수는 2루 베이스 오른편(홈플레이트 기준), 2루수는 1,2루 사이 한복판에 선다. 경우에 따라 잔디 위로 한참 올라서기도 한다. 어지간한 타구로는 내야를 뚫기가 쉽지 않다.
추신수는 3루쪽 기습번트를 대는 등 위기 탈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타팀 사령탑들은 '장타 위험이 있는 추신수가 번트를 대준다면 오히려 고맙다'며 여전히 적극적인 시프트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추신수의 방망이가 '재조정'을 마쳤다. 6월 들어 타율을 0.276으로 끌어올리며 타격감을 가다듬은 추신수는 7월의 시작을 알리는 롯데와의 주말 3연전, 친구 이대호가 지켜보는 앞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리는 무력 시위를 펼쳤다.
첫날에는 중견수 쪽, 둘째날과 셋째날에는 좌측 담장 너머로 '밀어서' 넘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5일 롯데 한승혁을 상대로 쏘아올린 시즌 13호포는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에 가볍게 힘을 실어 좌측 폴대를 맞춘, 기술과 힘을 겸비한 한방이었다. 비거리는 105m.
홈런 뿐 아니라 '밀고 당기고'가 이뤄지고 있다. 촘촘한 내야 시프트를 가차없이 뚫어버리는 총알 타구도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단순히 타격만이 아니다. 홈런보다 더 많은 도루(15개)를 기록 중이다. 도루로 남지 않는, 상대 투수의 폭투나 수비의 어설픈 실수를 파고드는 집요한 주루플레이도 인상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왕년에는 20-20을 기록하던 걸음걸이다. 스트라이크 낫아웃 하나, 폭투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집중력은 '역시 메이저리거'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날 경기 후 추신수는 "3경기 연속 홈런을 친 것보다 팀이 매일 타이트한 경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겼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팀 퍼스트'를 강조했다.
이어 4-3에서 터진 자신의 3점 홈런에 대해서는 "득점권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한 타구로 타점을 만들고 싶었다. 좋은 타구가 나오며 팀승리에 기여해 기분 좋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추신수는 "오늘도 힘든 경기였고, 지고 있다가 역전승을 거뒀는데 선수들이 합심하여 감독님께 가장 큰 선물을 드린 것 같다"면서 "팀이 계속해서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는데, 야구장을 찾아 응원해주시는 팬여러분들의 성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항상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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