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몇년전이라면 이런 승부 못한다. (사실상 안치홍을 피하고)의식적으로 이대호와의 승부를 택하고 있다."
'KBO 레전드' 박용택 해설위원의 말끝에 탄식이 묻어났다.
시즌초 이대호의 컨디션은 좋았다. 5월 18일까지 타율 3할2푼8리 8홈런 28타점, OPS(출루율+장타율)가 0.930에 달했다. 팀이 필요할 때마다 한방씩 해주는 클러치 능력도 돋보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복사근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한달간의 휴식 후 복귀했지만,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6월 18일 복귀 이후 20여일, 타율 2할에(55타수 11안타)에 OPS 0.573으로 부진하다. 주루나 수비 공헌도가 높지 않은 이대호의 특성상, 이 같은 타격 부진은 치명적이다.
9일 삼성 라이온즈 전. 삼성 선발 최채흥은 5회초 결정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앞서 전준우의 2차례 적시타로 2점을 내줬고, 이 과정에서 보크까지 범했다. 전준우를 2루에 둔 2사 2루, 최채흥은 이날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안치홍을 거르고 이대호와의 승부를 선택,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날 안치홍은 두번째 타석에서 날카로운 중견수 직선타를 때렸고, 7회 4번째 타석에선 홈런을 쳤다. 득점권 타율 전체 2위(0.433)다. 최채흥이 안치홍을 피할 이유는 충분했다. 다만 그 다음 타자가 이대호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승부사 본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연장 11회초 롯데는 정훈의 적시타로 6-5로 앞섰지만, 안치홍의 우익수 뜬공 때 2루로 태그업한 정훈이 아웃되면서 순식간에 무사 1,2루에서 2사 3루로 변했다. 투수는 올시즌 삼성의 철벽 불펜을 이끄는 우규민.
하지만 이대호는 깨끗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우규민을 강판시켰다. 이어 한동희가 바뀐 투수 최지광을 상대로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대호는 홈에 들어온 '후계자' 한동희를 온몸으로 환영했다.
롯데는 11회말에도 1사 만루의 위기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1점차와 2점차, 4점차는 이미 마무리가 무너진 롯데 입장에선 천지 차이다. 자칫 축 처질 뻔했던 분위기를 바꿔놓은 이대호의 적시타가 소중했던 이유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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