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키리코초(Kiricocho)!"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이탈리아간 유로2020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의 마지막 키커 부카요 사카(아스널)가 킥을 시도하기 전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가 외친 단어다.
사카의 슛이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에게 막히며 이탈리아의 53년만의 유로 우승이 확정된 이후, 사람들은 키엘리니가 설마 그 순간 '그 말'을 내뱉었을까 의심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키엘리니는 실제로 "키리코초!"라고 소리쳤다. 스포츠방송 'ESPN'과 인터뷰에서 "키리코초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키리코초는 축구계에서 오래된 저주의 일종이다.
후안 카를로스 키리코초는 1980년대 아르헨티나 클럽 에스투디안테의 광팬이었다. 당시엔 팬들이 선수단 훈련장에도 종종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당시 팀 감독인 카를로스 비야르도는 이 키리코초가 훈련장을 찾은 날에 소속팀 선수들이 미스터리하게도 부상을 당한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묘안을 발휘했다. '키리코초의 저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키리코초에게 에스투디안테의 라이벌 구단 훈련장으로 가라고 말한 것.
비야르도 감독은 당시 "키리코초는 라 플라타 지역에서 자라 늘 우리와 함께한 꼬마다. 1982년 우리가 우승한 이후 우리는 그를 마스코트로 여겼다"며 "하지만 그 이후로 키리코초를 다신 볼 수 없었다. 에스투디안테를 마지막으로 이끌 때(2003~2004시즌), 그에 대해 수소문했지만, 누구도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키리코초'는 1980년대 이후로 상대방을 향한 저주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최근엔 이탈리아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키엘리니는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전 상대팀 주장 호르디 알바(바르셀로나)의 뺨을 때리는 엉뚱한 행동으로 상대방을 당황케 했다. 철저히 계획된 심리전으로 보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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