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마(일본)=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 이겼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가 나왔다. 다시는 나와서 안될 장면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첫 승을 따냈다. 한국은 25일 일본 가시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서 4대0으로 승리했다. 1차전 조 최약체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0대1 충격패를 당한 아픔을 털어내고, 8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운이 많이 따랐다. 특히, 전반전 나온 골키퍼 송범근의 실수는 단기전인 국제대회에서 다시 나와서는 안될 치명적 실수였다.
한국은 전반 27분 상대 수비수 마린의 자책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5분 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하는 장면이 발생했다. 수비 지역에서 원두재가 상대 선수와 경합을 하다 송범근쪽으로 안전하게 백패스를 했다. 발로 공을 잡은 송범근은 전방을 살피다 상대 공격수가 압박을 가하자 공을 손으로 잡았다.
루마니아 선수들이 즉각 항의를 했고, 주심도 송범근쪽으로 달려갔다. 골문 바로 앞 간접 프리킥 선언. 송범근의 어이없는 실수였다.
같은 편 선수가 백패스 한 공을 골키퍼는 손으로 잡아서는 안된다. 축구를 이제 막 배운 사람도 아는 기본 중의 기본. 경합 상황이었기에 원두재의 발에 맞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다면 절대 공을 손으로 잡으면 안됐다. 다시 말해, 이 장면은 송범근의 집중력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골문을 일렬로 막았고, 다행히 루마니아의 슈팅을 송범근이 막아냈다. 송범근은 대위기 상황을 벗어나자 포효하기 바빴는데, 냉정히 막았다고 기뻐할 상황은 아니었다.
만약 골이 들어갔다고 가정해보자. 뉴질랜드전부터 경기가 안풀리던 한국이었다. 첫 득점도 상대 자책골이었다. 전반 유효슈팅 0개였다. 그런 와중에 어이없는 실수로 동점을 내줬다고 하면 경기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 실수가 무승부 내지 패배로 연결됐다면, 상상하기 싫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뻔 했다. 8강에 오르면 죽음의 토너먼트다. 내일이 없는 승부에서 비슷한 실수가 또 나온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송범근 뿐 아니라 한국 팀 자체도 승리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상대 자책골에, 전반 막판 제오르제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게 결정적이었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뉴질랜드와 비슷하게 수준이 떨어지는 축구를 한 루마니아를 상대로도 경기를 압도하지 못했다. 후반 나온 엄원상의 두 번째 골도 상대 수비수 몸을 맞고, 서있던 엄원상의 발을 맞고 들어가는 행운의 골이었다. 마지막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도 상대 수비의 불필요한 파울이었다. 앞으로 만날 팀들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남은 온두라스전 결과를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다. 승리를 만끽하기 보다, 뭐가 부족했는지를 냉철하게 살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가시마(일본)=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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