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의 포항 스틸러스전 라인업에서 낯선 이름이 눈에 띄었다. 백상훈(19). K리그1 12경기 연속 무승, 최하위로 추락한 서울 박진섭 감독(44)은 이 2002년생 신성을 열네살 많은 베테랑 기성용(32)의 중원 파트너로 과감히 기용했다.
'백상훈 카드'는 결과적으로 대성공했다. 서울 유스인 오산고 출신으로 올해 프로에 데뷔한 백상훈은 24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1라운드에서 생애 처음으로 풀타임 출전했다. 박 감독의 당초 계획은 후반전에 제주에서 영입한 여 름(31)을 교체투입하는 것이었는데, 백상훈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실력을 선보이며 끝까지 경기장에 남겨뒀다.
백상훈에게 주어진 임무는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인 기성용에게 부족한 기동성을 보완하면서 궁극적으론 수비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소년 대표 시절 첼시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첼시)의 왕성한 활동량과 플레이스타일을 닮았다 하여 '오산고 캉테'로 불린 백상훈은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백상훈은 경기 후 "성용이형이 연계플레이를 하고, 제가 그 사이에서 수비 역할 하면서 박스 투 박스 움직임을 요구 받았다"고 말했다.
0-0 팽팽하던 후반 9분, 백상훈의 이러한 적극성이 서울의 값진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백상훈은 자기진영에서 하프라인 너머까지 전력질주하며 상대팀 미드필더 신진호를 압박했다. 신진호는 결국 방향을 자기 골문 쪽으로 돌려 뒤에 있던 수비수 전민광에게 백패스를 보냈다. 그런데 전민광이 잡은 공이 바로 앞에 있던 서울 공격수 가브리엘 가슴쪽으로 향했다. 공을 잡은 가브리엘이 좌측으로 돌아들어가는 고요한에게 연결. 고요한은 날카로운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골은 서울의 4개월만이자 13경기만에 승리를 안긴 결승골로 남았다.
그간 서울은 기성용 오스마르를 앞세운 패스 플레이로 공격 활로를 모색했다. 패스의 정확도는 나무랄데 없지만, 패스길이 막힐 경우 공격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이 19경기에서 18골을 넣어 0점대 득점율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이날 백상훈이 다른 옵션을 제공했다. 백상훈은 캉테처럼 '총, 총' 뛰며 압박을 벗겨내고 상대 진영까지 손쉽게 진출했다. 후반 24분 직접 상대 우측 수비를 허물고 지동원에게 컷백 패스를 시도한 장면이 하이라이트. 맹추격에 나선 포항을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 괴롭힌 선수는 바로 백상훈이었다. 그는 경기 후 "승리에 대한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해설하며 유독 백상훈의 이름을 자주 언급한 '서울 출신' 현영민 해설위원은 25일 "서울에는 이름값 높은 선수들은 많지만, 백상훈처럼 간절하게 뛰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압박도 열심히 해주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뛰었다. 별명이 캉테라고 들었는데, 그런 별명을 접해서 그런지, 오늘 플레이만 보면 캉테같았다"고 평가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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