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일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유럽 예선을 마치고 2년 동안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에릭 홀츠 감독은 한국전을 어떻게 대비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2019년 유럽 예선 1위를 차지한 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부분을 말한 것이다.
베일을 벗은 이스라엘은 철저히 계획된 경기 운영으로 한국에게 또 한번의 악몽을 선사했다.
이번에도 투수 운용이 기가 막혔다. 2017년 토미존수술 뒤 은퇴 후 야구 코치로 일하던 존 모스콧을 선발로 세웠다. 모스콧이 단 9구 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자, 두 번째 투수로 트리플A에서 활약 중인 제이크 피시먼을 마운드에 올렸다. 빅리그 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보기 드문 좌완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 좌타 라인을 앞세운 한국 타선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피시먼이 오지환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더블A(알렉스 카츠), 트리플A(잭 와이스) 투수들을 잇달아 마운드에 올렸다. 최고 구속 150㎞를 넘나드는 투수들의 공에 한국 타자들은 좀처럼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17 WBC 당시 '고척 참사'를 만들었던 이스라엘의 투수 운용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9회 마지막 주자로 나선 것은 고척 참사의 주역 조쉬 자이드였다. 홀츠 감독은 4년 전 추억을 묻자 "그때완 다르다"고 했지만, 내용은 판박이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한국도 그냥 당하지 않았다. 3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한 오지환(LG 트윈스)의 대활약이 발판이 됐다. 피시먼에게 동점 투런포를 뽑아냈고, 4-4 동점이던 7회말엔 와이스를 무너뜨리는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승부치기에서의 희비도 고척참사완 달랐다. 김경문 감독은 9회초 동점 솔로포를 허용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연장 10회초 승부치기에 그대로 기용하는 강수를 뒀다. 오승환이 KKK로 이닝을 마무리 지은데 이어, 연장 10회말엔 황재균의 희생번트 성공, 허경민 양의지의 연속 사구로 결국 끝내기 승리를 얻었다. 2년 동안 한국을 연구한 이스라엘의 노림수는 이번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요코하마(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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