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원래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2일 김소영(29)-공희용(25)과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의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결정전이 열린 일본 도쿄의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
치열했던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 승리를 확정한 김소영-공희용도, 패배를 떠안은 이소희-신승찬도 눈시울을 붉혔다. 동메달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붙어야만 했던 어제의 동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코리안 더비였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소영은 경기 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다 같이 밥 먹고 나왔다. 연예인 송 광 얘기만 했다. 의식적으로 경기 얘기는 하지 않았다. 경기 얘기는 어제 저녁에 잠깐 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했다"고 입을 뗐다.
김소영은 "처음 올림픽에 나왔다. 한국 팀이랑 동메달 결정전을 해서 아쉽다. 끝나고 (이소희-신승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원래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이 먼저 나왔다. 고생했다고도 했다. 동생들이 축하한다고 해줬다"며 눈물을 닦았다.
패한 동생도 미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이소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 가까스로 입을 뗀 이소희는 "서로 열심히 준비한 것을 안다. 결승에서 만났다면 좋았을 것이다. 동메달 하나를 두고 우리끼리 대결해서 잔인하기도 했다. 이기고 나서 기뻤을텐데 우리 때문에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동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웃어보였다.
옆에 있던 신승찬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신승찬은 "올림픽에 출전한 것 만으로도 기쁘다. 하지만 (이)소희에게 메달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소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미안하다. 소희는 내게 가족과 같다.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같은 해 태어났다. 있으면 싫은데, 없으면 허전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눈물범벅이 된 코트 뒤 네 사람. 동메달 하나를 두고 붙어야 했던 세상 잔인했던 코리안 더비.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 더욱 뜨겁게 끌어안은 네 사람이었다.
무사시노(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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