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모두가 메달 색깔에 주목할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이지만 참가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여겼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각별하게 주목한 선수들이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에 가려졌지만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이들이다. 주인공은 여자단식에 출전한 압둘 라자크 파티맛 나바하(22·몰디브)와 소라야 아그해이하자그하(25·이란)다.
나바하는 세계랭킹 220위, 아그해이하자그하는 94위. 세계랭킹에서 알 수 있듯이 BWF가 배드민턴 약소국에도 기회를 주기 위해 초청 출전권을 부여한 선수들이다. 조별예선 G조에서 9위 허빙자오(중국)와 대결한 둘은 당연히 탈락했고, 허빙자오는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이들은 조별예선 2경기만 치르고 떠났지만 자국 배드민턴 역사에는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나바하는 몰디브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최초의 여성 선수였다. 아그해이하자그하는 이란의 올림픽 출전 역사상 배드민턴 종목 최초의 여성 선수로 기록됐다.
여기에 아그해이하자그하는 또다른 첫 기록도 남겼다.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나바하를 상대해 2대0으로 승리했는데, 이 역시 도쿄올림픽에서의 '이란 선수 1호 승리'이자 이란 배드민턴 사상 첫 승리 기록이었다. 이전에 이란 배드민턴 선수가 출전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단식의 카베흐 메흐라비가 유일했고, 승리는 없었다.
아그해이하자그하는 BWF와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위해 8년을 기다렸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영광이다"고 말했다.
나바하는 "비록 경기에서 졌지만 정말 기쁘다. 몰디브에서 여자 배드민턴 선수들의 기준을 세워놓은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며 승패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나바하가 성한국 전 한국대표팀 감독의 제자였다는 것. 성 감독은 지난 2019년 6∼7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요청을 받고 몰디브에서 지도자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BWF의 변방국 지원사업 일환이었다.
여기서 성 감독은 나바하를 만났다. 나바하는 쌍둥이 자매로, 언니 아미낫 나바하도 배드민턴 국가대표다. 당시 몰디브는 인도양 도서국체전(indian Island Ocean Games)을 앞두고 성 감독을 특별 초빙했다. 인도양 도서국체전은 몰디브,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등 인도양 도서국들이 치르는 '그들만의 올림픽'이다. 성 감독의 지도를 받은 언니 나바하는 몰디브 사상 처음으로 도서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나바하 자매는 2019 파키스탄 인터내셔널오픈에서 여자복식 우승을 차지해 BWF 승인 대회 최초 금메달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성 감독은 "나바하 자매는 팀에서 가장 어린 나이였는데, 몰디브 선수 가운데 기량이 출중했다"면서 "배우려는 열정이 강한 친구였다. 똘망똘망한 눈빛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협회 임원단으로 도쿄에 가지 못한 성 감독은 SNS를 통해 나바하의 출전 소식을 들었단다. 성 감독은 "도쿄에서 나바하를 만나지 못해 무척 아쉽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몰디브 지도자로 자원해서라도 다시 가고 싶다"며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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